백내장
왼쪽 눈을 감으면 시야가 흐릿해졌다
오른쪽 눈에 백내장이 온건데
그 현상을 오랫동안 방치했다, 아니 즐겼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사진을 찍으면
배경이 흐릿해진다
아웃포커싱한 그 흐릿함 속에 깃든
모호한 아름다움을 즐겼던 거다
백내장 수술 후 6주 동안
하루 네 번 두 개의 안약을
하루 두 번 한 개의 안약을
칼을 댄 오른쪽 눈에 부어넣었다
수술로 연약해진 눈이 견딜까 싶었는데
연약해진 눈이라서 투약이 필요했겠지
오늘 최종 검사 결과를
의사가 나보다도 더 반가워했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 온 아이들
와서 부서지지 않고
잘 이겨내고 깊어진 눈으로
나를 일별하고 떠난 아이들
오늘은 약 처방이 없었다
인사하고 병원을 나오자
하나의 과업을 끝낸 기분이다
나의 마지막 과업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지막은 그 다음이 없다는 거다
눈을 감고 그 순간을 기다릴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때쯤이면 왼쪽 눈에 백내장이 와서
오른쪽 눈을 감으면
세상이 다시 흐릿하게 보일 지도 모르지
그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정말이지 윙크를 보내고 싶을 것이다
첫댓글 '마지막'이란 단어에 찡~하고 머리에 박힙니다. 그 다음이 없을 단어라 그러겠지요. 요즘 제가 이 단어를 자주 생각합니다. 마지막일지 모를 개인전을 준비하며 하루종일 작업실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니 한 작품이라도 더....'이런 생각을 하며 다급한 욕심을 냅니다. 글에 공감하며 흔적 남깁니다. -ㅊ ㅓ ㄹ ㅅ ㅜ
안선생님 다녀가셨군요. 망각이 깊어 언제 이런 시를 썼었나 싶네요.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첫댓글 '마지막'이란 단어에 찡~하고 머리에 박힙니다. 그 다음이 없을 단어라 그러겠지요. 요즘 제가 이 단어를 자주 생각합니다. 마지막일지 모를 개인전을 준비하며 하루종일 작업실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니 한 작품이라도 더....'이런 생각을 하며 다급한 욕심을 냅니다. 글에 공감하며 흔적 남깁니다. -ㅊ ㅓ ㄹ ㅅ ㅜ
안선생님 다녀가셨군요. 망각이 깊어 언제 이런 시를 썼었나 싶네요.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