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년 된 웨딩드레스
193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리아 테레사 모레노라는 여인은 자신이 직접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5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할머니가 된 이 여인에게 어느 날 손녀 마르타가 놀라운 부탁을 합니다. 할머니가 입었던 그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1983년 손녀의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할머니의 드레스는 그 멋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고 한눈에 반한 마르타의 막내 여동생도 1997년에 할머니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게 되지요.
이 웨딩드레스의 역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르타의 딸 또한 증조할머니의 드레스를 입고 싶다고 한 것입니다. 마침내 2017년 증손녀는 무려 85년이나 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들어섭니다.
85년 된 옷이라는 것은 단지 오래된 물건이라는 의미만 은 아닙니다. 할머니의 손길이 한 땀 한 땀 배어있는 옷을 입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 었을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찹 귀한 풍경이지요. 예쁘고 좋은 옷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내 가족의 숨결과 체취가 묻어있는 옷은 언제까지나 소중합니다. 외롭고 힘들 때 그 낡은 옷들이 가장 든든한 갑옷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옷장을 열어 아버님이 물려주신 빛바랜 외투를 꺼내봅니다. 아직 이른 날씨지만 찬 바람이 불면 꼭 한번 입어 보렵니다.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신부의 그 설레는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행복의 길을 걸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