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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해야 할 마음
누구나 마음속으로 꿈을 꾼다. ‘아 저 사람이 날 좋아해 주길!’ 같은 생각이나 ‘나도 응원 받고 싶다.’와 같은 마음이라던가. 여기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놔도 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 <계춘할망>은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윤여정)과 손녀 혜지(김고은)의 이야기다.
영화 초반의 내용은 조건만남이니, 도둑질이니 거침없는 혜지의 방황기를 담으며 물질하는 해녀 계춘과 상반되게 그려진다. 돌아온 손녀가 그저 하염없이 예쁜 계춘과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낯선 혜지. 혜지는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할머니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지만, 돈을 벌고자 범죄를 저지르는 주변 친구들과 빚지기 일쑤인 아버지를 둔 탓에 빛이 아닌 그림자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혜지는 다시 계춘과 행복할 수 있을까? 영화 내용만 보면 옆집 사는 친구의 이야기처럼 익숙한 가족사를 담은 것 같지만, 영화 <계춘할망>은 그 평범함이 특별하다는 것을 이윽고 설명해내는 영화다.
늦은 봄에 만난 마음의 조력자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따뜻한 계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행동과 말씨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나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나가 너 편 해줄 테니 넌 원대로 살라”라는 대사를 통해 계춘이 혜지를 얼마큼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본 시청자 모두가 한 번쯤은 다시 듣고 싶을 대사로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계춘의 성격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봄처럼 녹인다.
그렇다고 마냥 정겹고 따스운 사람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나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친구 철헌(류준열)과 딸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혜지의 아버지 같은 사람도 등장한다. 여기서 영화는 혜지의 미래를 위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림 선생님과 옆에서 도와주는 친구 한이 등 그와 상반된 성격의 인물들을 연달아 보여주며 보는 관객들이 계속해서 밝은 마음을 꿈꿀 수 있도록 하나의 감정적인 장치로 활용했다.
마음으로 이어지는 우연
혜지는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 계춘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부모에 의해 생이별을 겪으며 아무런 이유와 상황 설명 없이 헤어지게 된다. 계춘과 혜지는 각자 새로운 환경에서 외로이 살아가게 되는데 이때 영화에서 사용한 코드는 바로 ‘우연’이다. 이후에도 발견한 이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계기, 그리고 다시 만남으로 이어지는 우연은 이 영화 속 특별함의 매개체가 된다.
당신의 하늘과 바다
영화 <계춘할망>은 외부적인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등장인물들의 마음에 집중했다. 사회 생활하느라 정신없는 회사원, 집안일에 치여 여가생활 조차 쉽지 않은 주부, 미래 걱정에 날 새기 바쁜 수험생. 어쩌면 우리는 일상 속 정감의 결핍을 모른 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인공 계춘, 그 이름의 또 다른 뜻은 빛이 비치는 봄이라 해석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극 중 계춘이 말한 “바다가 넓냐, 하늘이 넓냐?” 대사를 통해 차츰 희미해진 마음 속 하늘과 바다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굳어 있던 마음을 녹여줄 영화로 <계춘할망>을 추천한다.
안대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