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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거야 우리 집! 너희 집도!
누군가에겐 아늑하고 누군가에겐 숨 막혔던 집, 그런 우리 집들이 존재한다. 주인공 하나(김나연)가 사는 집은 매일 정답게 소리 지르고 날 선 말을 주고받는 집으로 하나는 이 집을 벗어나 즐거운 가족 여행을 꿈꾸게 된다. 요리를 좋아하는 하나는 여행을 가기 위해 “내가 장보고 요리할게”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여행을 가기 위해 뱉은 말과 행동으로 보기엔 조금 낯선 모습의 하나.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하나에 비해 일하기 바쁜 엄마와 아빠, 짜증 내기 바쁜 오빠까지. 하나는 ‘단합력 제로!’에 가까운 가족들과 함께 여행 갈 수 있을까.
또 다른 주인공 유미(김시아)와 유진(주예림)이 있다. 유미는 동생 유진과 함께 장 보러 다니고 집안일을 하며 부모님 없이 생활한다. 장을 보는 행위만 봤을 땐 어른들에 가깝지만, 과자를 고르고 시식 코너에서 머물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들이다.
장을 보며 하나와 친해진 유미와 유진에게 소중한 놀이터나 다름없던 우리 집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집을 위해 집을 망가뜨리기 시작한 아이들. 아이들이 지키려고 했던 집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는 영화, <우리집>이다.
알록달록 우리는 하나
하나와 유미, 그리고 유진이가 모이면 그곳은 온 색감이 물든 알록달록한 세상이 된다. 하늘색 티셔츠를 자주 입는 하나, 분홍빛이 물든 유미, 해맑은 미소가 잘 어울리는 노란 옷의 유진까지 하나의 신호등처럼 오밀조밀 모여 뛰어다니는 이들에게서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감산혼합의 3원색 시안(Cyan), 마젠타(Magenta), 옐로(Yellow)의 색이다. TTA 정보통신용어 사전에 따르면, 감산혼합은 색 필터를 포갬으로써 다른 색을 만드는 것으로 시안, 마젠타, 옐로의 3원색을 여러 가지 비율로 섞으면 모든 색상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 이 3가지 색은 아이들 개개인을 상징하고 있으며, 하나의 가족, 하나의 우리집을 나타낸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셋이 모여 비로소 ‘따뜻한 우리집’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에너지를 시각화한 연출에 주목해 시청한다면, 또 하나의 힐링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자 하나쯤 숨기고 산다: 상자의 의미
극 중 하나의 상자 안에는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했지만, 하나가 알고 싶지 않았던 아빠의 핸드폰도 있다. “우리 집은 진짜 왜 이러지” 극 중 아이들이 내뱉었던 대사를 통해 문득 우리도 상자 하나쯤 숨기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 외에 숨기고 싶고, 보고 싶지 않은 진실 하나쯤 품고 살 듯 상자는 곧 등장인물들의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는 자주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유미는 바쁘게 이사 가는 부모님 때문에 각각의 힘듦을 겪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아끼고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밉고 싫었던 우리 집을 순수한 시선에서 잘 표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후반에서 상자들을 모아 집을 만드는 장면이 있다. 그 종이집은 우리 집이 되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우리 집을 찾아 나섰을까? 영화는 곧 그 의미하는 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온정의 색감이 물들어 있는 영화 <우리집>을 추천한다.
안대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