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사메무쵸
나무상자 바깥의
뻐꾸기 울음 보푸라기들은
한낮의 자취였다가, 바람의 숲이었다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닮아서, 밝다
몸을 문질러
문지방을 넘나들 때 마다 깃털하나씩을 버렸기 때문일까,
지하도 한구석에서 노래하는 인디오 저 사내도
뻐꾸기 시계속의 뻐꾸기,
노래만이 유일한 탈출구라서
그가 온몸으로 풀어내는 연주는 애조띤 음색이자, 환하다
오래된 미래처럼 크고 검은 눈매가
무한 창공 안데스산맥의 흰 쪽달을 보는지
미간을 오므리고 허파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나무 대롱을 불다가,
기타를 치다가, 무반주 솔루션이 되기도 하는 사내,
탁음의 바이브레션이 전동차 굉음에
끊길 때 마다
이국인 아내 입매가, 애 맑다
사랑만이 유일한 소통이라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와 손잡은 베사메무쵸여,
몸을 던져 하루를 건너야 하는 것들은 모두
색깔이 있다
나비효과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운 것들이 가벼워지는 시간, 부시시
잠을 깬 딸아이 눈꺼풀의 날개 짓이 시작된다
여명을 밀고 가는 간결한 파동
밤새 쌓였던 어둠을 쓸어내며
어머니 주무시는 건넌방에 날아간다
밤 내내 고개 너머 꿈결로 마실 가셨던 어머니
화들짝 이승으로 건너오신다
바람을 듣는다
흔들리면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갈대는
안개나루 대대포구의 자궁이다
재 키만큼의 뿌리를 뻗어
지상의 오염을 씻어내는 갈대숲은 바다와 갯골사이에 있다
몇 십리 얕은 바다를 지나 진짜 바다와 만나는 곳
순천만의 아침은 확자하다
담담한 햇살과 먼먼 황톳길 사이로 문절망둥어가 익어가고
어느덧 또 갈대숲,
저녁채반 비릿한 갯내음따라
하염없이 돌고 돌아 갯골로 오르다보면
갈대를 배경한 모든 풍경은
편백나무 노에 얹힌 거룻배처럼 조용히 낡고있다
수로를 긋고 안개가 피워내는 마지막 꽃술은
포근하고 촉촉하여 갈대숲 안에서는 귀가 열린다
바람은 제가 갈대를 흔드는줄 알지만
갈대는 흔들리지 않는다
마지막에 흔들리는 것은 언제나 바람이다
애조가려줄 그늘 한자락 없이 종래는
껍질만 덩그랗게 남은 나무가 되었을까
그의 바램은 오로지 문 하나여서 (붉은 눈물을 철철 흘리는)
더이상 열고 닫을 문이 없어진 손아귀는
허공만 잔뜩 움켜진다
하루의 족적이 고스란히 바닥에 고여있는 사내,
사방이 훤히 트여 아무데나 갈수있는 그가
간절한 것은
아귀가 맞는 문짝 하나일지 모른다
(그가 바깥에서 안을 그리워 하듯
나는 안에서 길을 잃었던가)
몸을 던져 하루를 건너야 하는 것들은 모두
문에 기대고 있다
필경은 대륙봉보다 높고 심해보다 깊은
도심의 골목에서
구석만을 고집했거나
벽과 벽의 눅진한 곳을 골라 걸었을 것이다.
그가 길 밖에서 길을 버렸듯이
뻐꾸기는 시계안에서 시간을 잃은 것이다
몸을 던져 하루를 건너야 하는 것들은 모두
구석과 모서리에 놓여있다
구석에 서다
뻐꾸기는 나무 상자에 갇혀 하루 열 두 번 문을 열고 나왔다 들어가는 동안 깃털 하나씩이 빠졌을 것이다 마른 몸은 밤마다 이슬에 떨었고, 붉고 노란 낙엽에 물들었고 날개는 희미해 졌을것이다
지하도 계단에 엎드린 저 남자에겐 애초 바르게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없었을 것이다 얼굴만 덮어씌운 종이상자 바깥으로 삐죽 나와 있는, 허기만큼이나 쭈굴쭈굴하고 어두운 그의 몸이, 왼 종일 어느 곳을 헤매고 다녔는지 조그만 발바닥이 하얗게 얇아져 안쪽으로 까무륵하다 필경은 대륙봉보다 높고 심해보다 깊은 도심의 골목에서 구석만을 고집했거나 벽과 벽의 눅진한 곳을 걸었을 것이다.
그가 집 밖에서 집을 버렸듯이 뻐꾸기는 집안에서 집을 잃었던가, 하여, 모든 안쪽은 바깥이 그리워 구석과 곡선에서 나약해지고 말랑해 지는가, 가령 오래 이어진 직선의 고속도로는 쉬 피곤과 졸음을 몰고 오고, 곧장 흐르는 계곡 물은 드세어 주변을 더 깊이 할키지만 봇도랑 물은 한 구비 돌 때 마다 조금씩 저를 버리고 모서리를 꺾을 때 마다 한 겹씩 맑아지는 것이다
집안에서 집을 잃은 뻐꾸기는 깃털하나 빠질 때 마다 밤이슬에 젖었고 붉고 노란 낙엽에 물들었고 날개가 희미해졌다. 모든 안쪽은 구석과 곡선에서 약해지고 말랑해 져 한 구비 돌 때 마다 조금씩 저를 버리는 봇도랑 물처럼 모서리가 꺾일 때 마다 한 겹씩 맑아지고 있었다
모서리에 서다
뻐꾸기가 넉 점을 울고 간 뒤
몇 개의 능선과 숲을 구비 돌던 희뿌염(새벽)이
문과 문사이 모서리에 빛들이기를 한다
직각의 마른 벽면에서 울다 사라진 뻐꾸기의 날개가
잠시 빛의 보푸라기에 갇히는, 원래는 앵무였을지도
숲이 였을지도, 따스한 초록물방울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깃털하나 버릴 때 마다
밤이슬에 젖었고
붉고 노란 낙엽에 물들었고
무한천공에 집 몇 칸 허물었을지도 모르기에
집 밖의 집이 그리워 지하도 계단에 엎드린 그에게 애초 바르게 디딜 길이란 없었다 모진 구석이 있을뿐이다. 얼굴만 덮어씌운 종이상자 바깥으로 삐죽 나와 있는, 허기만큼이나 쭈굴쭈굴하고, 헤매고 다닌 거리만큼 어두운 발바닥이 원래는 나무 상자에 갇혀 하루 열 두 번씩 문을 열고 나와야 하는 뻐꾸기의 튀튀한 발바닥을 닮았을지도 모른다며 나는 왼 종일 어느 거리를 걸었을까를 생각해 보다 까무륵 잠을 놓치곤 한다 필경 대륙봉보다 높고 심해보다 깊은 도심의 골목에서 구석만을 고집했거나 어두운 곳을 골라 걸었을 것이다
그가 집 밖에서 집을 버렸듯이
나는 집안에서 집을 잃었던가. 하여
모든 안쪽은 바깥이 그리워 구석과 곡선에서
부드러워지고 말랑해 지는가, 가령
오래 이어진 직선의 고속도로는 쉬 피곤과 졸음을 몰고 오고
곧장 흐르는 계곡 물은 드세어 주변을 더 깊이 할키고 가는 것이다
한 구비 돌 때 마다 조금씩 저를 버리는게 봇도랑 물이다 모서리에서 꺾일 때 마다 한 겹씩 맑아지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가을입니다. 옛말이 아니라도 가을은 뭔가를 거두어들이는 계절인가 봅니다
아니. 거두어들이기를 소망하는 계절이지요.
<시와색> 동인도 그렇습니다.
긴 여름날의 무력함을 벗겨내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때 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의 자리가 많이 흔들렸습니다만
이제 처음보다 더 굳건한 터전을 다시 세워야 할 때입니다.
그런 연유로 님 에게
<시와색> 동인이 되시기를 간청 드렸었고, 말씀드린 대로 님 께선 <시와색>동인이 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세부 사항은 이다음 동인 모임에서 의논할 것입니다.
아직도 도처에 더위가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더위에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만남의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 모임 날짜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시와색>회장 강정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