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안준철]

15분
 
버스에서 내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 15분 전이다
어제보다 날이 많이 더워졌다
오늘의 무더움으로
서늘했던 어제가 소환된다
어제라는 죽은 나무에서
산 가지가 생겨난다
 
그가 오면 숲을 함께 거닐 것이다
그가 당도하기 전
나 혼자 추는 춤에도
멋진 이름을 붙이고 싶다
15분이 작은 생이라면
내게 남은 생은 얼마나 많으냐
 
아직 숲에 들지도 않았다
가로수 그늘에 들어 그를 기다린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몸을 뒤집는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표정을 지니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에도 수많은 생이 달려 있다
기다림도 하나의 생이리

[안철수]

먼저 도착하여 얻게 된 15분, 그래서 오롯이 남은 15분, 그 15분이 시를 안겨 주었군요. 저도 약속시간보다 먼저가서 기다리는 편인데.... 아직도 끊지 못하고 물고 사는 그것을 그 시간에 처리하며 많은 생각을 하곤합니다. 어쩌면 저도 루틴처럼... 저혼자 추는 춤인 셈이죠. 마지막 행이 마음에 남습니다. '기다림도 하나의 생이리'

[안준철]

안 선생님 고맙습니다. 시를 정성스럽게 읽어주시니 시를 쓸 맛이 나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