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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할머니의 선택
가볍고 재밌으면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주제의 영화를 찾는다면,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2012)>를 추천한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폴레트가 연 베이커리가 수상하다. 폴레트가 구워 온 빵을 먹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독거노인인 폴레트는 이웃 사람들에게 욕쟁이 할머니로 불리었다. 가족, 이웃과 담을 쌓은 지 오래된 폴레트는 어느 날 경찰의 부탁을 받아 마약범을 찾게 되고, 돈이 부족했던 폴레트는 신고하기는커녕 빵 장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가 시작된 것은 손자의 실수로 빵에 마약이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할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마초를 빵에 몰래 넣어버린 것. 폴레트가 대접한 빵이 가족들과 주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폴레트는 일명 ‘마약 빵’ 사업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2015년 개봉하며 관람객에게 8.67점이라는 높은 평가 받기도 했다. 소재가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저 극적 장치이자 도구에 불과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무거운 소재지만 예상 밖의 내용이었고 유쾌하다, 기발하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그 선택의 이유는 무엇인가?
주인공 폴레트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딸이 흑인과 결혼해 흑인 아들을 낳자, 가족들에게 나쁜 말만 골라서 한다. 인정 많고 따뜻한 할머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남편도 잃고, 노후 연금도 바닥난 상황에서 친절하고 따뜻한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왜 ‘마약’이어야만 했을까? 폴레트가 단절된 세상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마약 덕분이었다. 폴레트가 본인이 만든 빵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마약 빵 장사를 시작한 걸 보면, 그동안 폴레트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몰라서 더욱 모질게 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빵에 마약을 넣고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폴레트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보통 미디어에서 다루는 노인의 모습은 약하다. 그러나 폴레트는 전형적인 노인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판매를 돕겠다며 제안하는 것이나 협업을 권유하는 부분, 수익 분배를 요구하는 모습 등 대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끝내 진심을 깨닫게 된 이후 우리가 알던 ‘할머니의 따뜻한 모습’마저 보여주는 복합적인 캐릭터이다.
이렇듯 이 영화는 마약, 고령 사회, 개인주의 등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사회 주제를 가볍고 익살스럽게 표현했다는 점, 등장인물이 도덕에 어긋나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설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재밌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은 영화에서 폴레트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따라해서는 안된다.
이유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