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천만영화’의 부재, 한국영화의 미래는?
-작품성 탓일까 산업구조의 탓일까.
올해 코로나 19의 여파가 가라앉은 후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한 편도 등장하지 않았다. 2025년 최다 관객 영화가 <좀비딸>의 563만 명에 그치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관객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중간급 흥행작도 감소해 영화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1월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누적 관객 수 563만 명을 기록한 영화 〈좀비딸〉이 최다관객상을 받았다. 〈좀비딸〉은 이윤창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코미디 영화로, 탄탄한 캐스팅과 원작에 충실한 연출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 수상에 의문을 가졌다. 22년도 이후 매해 ‘천만 영화’가 최소 한 편 이상 나오던 한국 영화계에서, ‘연간 최다 관객 영화가 500만대에 그쳤다’는 사실이 곧 한국 영화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한국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과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극장 총 관객 수는 약 1억 2,300만 명으로 집계됐으나, 이는 코로나 이전 2019년의 2억 2,667만 명 대비 약 54% 수준에 불과하다. 2025년 상반기에도 국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며, 같은 기간 관객 수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극장 시장의 회복 지연은 단순한 흥행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좀비딸>의 흥행 성적을 부진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이황석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좀비딸〉은 서사구조가 탄탄하고 대중성과 비평성을 모두 확보한 작품”이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면 500만~600만 관객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작품이아니라, 500만 영화가 ‘실패’처럼 보이게 만든 산업 구조”라고 설명했다.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의 천만관객 돌파를 기점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주도했고, 멀티플렉스와 대형 배급사의 수직계열화가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중저예산 작품들의 상영 기회는 줄어든다.
이황석 교수는 이 지점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봤다. 그는 “스크린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신인과 다양한 장르가 설 자리를 잃었다”며 “500만 영화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배급사와 극장 체계가 하나의 자본 구조로 묶인 상태에서, 관객 수익이 보장되는 대작에만 상영관이 몰리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진단했다.
이 구조는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다. 제작 편수는 줄었고, 개봉 가능한 영화는 제한적이었다. 공급 감소는 선택 폭을 좁혔고, 극장은 다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 위주로 편성을 늘렸다.
그 결과 200만~500만 관객을 확보하던 중간 규모 한국영화가 급감했고, 시장 전체의 다양성이 축소됐다. OTT의 부상과 관람료 변화는 보조 요인에 가깝다.
이 교수는 “극장과 배급사의 편성 구조를 조정하고, 독립·저예산·신인 작품을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 산업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영화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감독과 스타 중심의 편성 관행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