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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길었던 그날 밤, 철저히 숨겨졌던 이야기
출처: 네이버 영화(서울의 봄 스틸컷)
오늘날의 서울에 전차가 돌아다니고, 우리나라 군인이 수도를 점령했다고 상상해보라. 아마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는 40여 년 전에 실제로 발생했던 이야기다.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수도를 위협하는 국군과 필사적으로 이를 저지하는 군인들의 이야기, 영화 <서울의 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했던 10월 26일 이후,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독재에 지친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꿈꿨다. 그러나 이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또 다른 군인이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움직였다.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이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총동원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심지어는 북한의 침입을 막고자 최전선을 지키는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인다. 이에 맞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을 비롯한 진압군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두고 대립하게 된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여타 그렇듯 이미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또 어떻게 끝나는지는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이고 유지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141분이라는 다소 긴 호흡의 러닝타임이라 부담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극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는 완급조절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자세한 사건 경위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설명 또한 풍부했다. 명칭이 변경되거나 각색된 부분도 있지만 사건의 큰 틀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전개가 이뤄졌다. 계획을 설명할 때는 분명 극 중 인물들 간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작전이 어떻게 수행될 것인지 관객들에게도 설명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연출도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두 사람이 통화를 할 때 도청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가운데에 끼어든다던가, 다큐멘터리처럼 CG와 그래픽을 잘 녹여냈다던가. 반란에 성공한 악인들의 모습과 저지에 실패한 군인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미지 대비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나오는 변주된 군가는 사기를 불어넣어주는 힘찬 노래가 아니라, 마치 민주주의가 사라진 우리나라의 암흑기를 알리는 장송곡처럼 들려왔다.
지금의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평화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분들이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잊혀질 뻔했던 인물들이 조명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각색을 거쳤기 때문에 역사적 내용을 대신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토대로 실제 사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준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