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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르>와 <시크릿 인베이젼>은 새로운 시도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장르 이해도와 소재 사용의 차이가 평가의 차이를 낳았다.
드라마 <안도르>는 국내에서 지난해 12월까지, <시크릿 인베이전>은 올해 7월까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다. 스타워즈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초거대 프랜차이즈에서 ‘색다른 시도’라는 평가를 받은 두 작품이지만 평가는 판이하게 갈렸다. <안도르>가 메타크리틱 기준 74, 로튼토마토 기준 96%의 호평과 함께 에미상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반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같은 평론 사이트에서 각각 64와 54%라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어떤 차이가 두 작품의 평가를 갈리게 했을까?
먼저 ‘색다르지만 색다르지 않은’ 시도였다. 두 작품의 공통점인 첩보와 스릴러 장르는 분명 두 프랜차이즈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이미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장르들이다.
<시크릿 인베이젼>의 제작자들은 기존 세계관에 첩보와 스릴러를 접목한 것에만 집중했다. 이를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나갈지 생각 못 한 것이다. 적당히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를 조성한 뒤 검증된 명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그럴듯한 짜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지나친 반전 집착이 독이 됐다. 후반부의 급전개와 CG 남용은 초반부터 지향해오던 느리지만 촘촘한 스릴러를 배신한 것만 같다.
이에 반해 <안도르>는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한 구성을 유지했다. 주인공 카시안 안도르가 제국에 대항하는 반란군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풀어냈다. 이 과정에서 너무 늘어지고 지루하다는 일부 불만이 제기됐으나, 사건이 끝날 때마다 그에 맞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완급 조절에 성공했다.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주체에서도 차이가 난다. <안도르>는 ‘은하 제국의 압제’라는 보이는 공포를, <시크릿 인베이젼>은 ‘인간 사회에 숨어든 스크럴’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선택했다. 둘 다 원작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선택에 있어 비판을 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풀어나가는 방식은 천지 차이다.
<안도르>는 은하 제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공포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작은 정찰기에도 황급히 숨는 캐릭터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들에 대한 대우에서도 느껴지는 부조리, 사회 지도 계층에게도 붙어있는 첩자 등은 억압과 공포, 그에 따른 분노에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독재 정권의 압제라는, 어찌 보면 흔한 소재에도 사람들이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보이지 않는 공포를 표현하는데 인기 캐릭터를 사용했다. 팬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봐온 캐릭터,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중요해 보이는 캐릭터가 반전에 쓰였다. 당연히 애정을 가졌던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고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저 반전을 위한 반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안도르>보다 비교적 신선한 소재를 차용했음에도 오히려 평가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된 이유다.
스타워즈와 MCU는 현재 매너리즘이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분명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이 유산을 이어가려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작품 하나, 그것도 OTT 드라마 하나로 향후의 성패를 좌우할 수는 없다. 1년에 몇 개씩 작품을 쏟아내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은 다르다. 두 작품으로 인해 스타워즈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기대하게 됐고, MCU는 우려를 표하게 됐다.
김정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