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들과 우분투
이계양(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광주YMCA 이사)
# 1960년대 생태학자 존 비 칼훈(John B. Calhoun)은 쥐들에게 질병과 포식자가 없고, 먹이와 물이 무한 제공되는 ‘유니버스 25(Universe 25)’ 유토피아를 만들어 실험했다. 실험 초 쥐들은 완벽한 풍요 속에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자 한편의 쥐들은 싸움과 폭력으로 각자도생을 위해 짝짓기, 서열 경쟁, 영역 다툼으로 생존의 혈투를 벌인다. 그러나 더 많은 쥐들은 혼잡 구역을 피해 한적한 곳에서 ‘먹고 마시고 자고 털 고르기를 하며 윤기 나는 몸 가꾸기로 ‘아름다운 자들(Beautiful Ones)’이 된다. 이들은 구애, 교미 시도도 없다. 종족 번식을 않으니 당연히 부성, 모성의 사회적 행동도 없다. 외부 자극이나 공격적 행동에도 적극 대처, 저항하는 대신 무기력한 모습으로 자리를 피하는 등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존의 나이 들고 강한 쥐들이 모든 명당자리와 지위를 독점하고 있으니, 젊은 쥐들은 자신만의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영역 확보, 무리 보호 등)을 맡을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이를 두고 칼훈은 ‘행동의 침전(Behavioral Sink)'이라 부른다. 즉 물질의 풍요 속에서 사회적 역할이 거세된 이들은 몸은 비록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웠지만 정신적 죽음(First Death) 상태가 된 것이다. 결국 이들의 등장은 유니버스 25의 출생률을 0%로 만들며 종족을 완전히 멸종시키게 된다는 실험이다.
# '과일 바구니 실험'이다. 어느 날, 한 인류학자가 크고 아름다운 나무 밑에 달콤하고 싱싱한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놓아두고 아프리카 반투족 후손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시작'이라고 외치면 저 나무를 향해 가장 먼저 뛰어가는 사람이 저 과일 바구니를 독차지하는 거다. 자, 시작!" 인류학자는 당연히 아이들이 치열하게 달리기 경쟁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인류학자의 '시작' 소리에 아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서로의 손을 꽉 잡고 다 함께 발맞추어 천천히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도착한 아이들은 바구니를 둘러싸고 앉아, 과일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며 행복하게 웃으며 먹기 시작했다. 놀란 인류학자가 물었다. "1등으로 달려가면 맛있는 과일을 혼자 다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손을 잡고 같이 갔니?" 그러자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분투(Ubuntu)! 다른 아이들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나 혼자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 풍요가 극에 달해 보이는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화려한 유토피아 같다. 그러나 현실의 인류는 고독과 단절, 소외와 배제, 극단적 이기주의 앞에서 무기력하게 허우적거리고 있다. 치열한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은둔하는 사람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심지어 희망까지 포기한 채 오직 자신의 안락과 소비에만 집중하는 나르시시즘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 "노력해도 내 자리는 없다"며 무기력하게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躺平)주의자들. 이 모든 현상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공동체적 역할과 의미를 잃어버린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죽음’의 징조가 아닐까.
이 죽음의 징조 앞에선 인류에게 앞의 두 실험은 문제를 제기하고 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들(Beautiful Ones)’이 혼자 가꾸는 털은 일시적으로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공동체가 무너진 풍요의 낙원에서 이들의 결말은 소멸, 죽음뿐임을 문제로 제기한다.
또 우분투는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 즉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나의 존재 가치와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나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한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의 상처를 용서와 화해로 치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의 인터뷰가 다시 새롭다.
"우분투는 인간이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먼 옛날, 우리 땅을 여행하던 나그네가 한 마을에 들르면, 돈이 없어도 사람들은 그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대접했습니다. 그것이 우분투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을 돌보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분투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당신이 한 행동이, 당신 주변의 공동체를 이롭게 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내가 발전함으로써 주변을 돕고, 주변이 발전함으로써 내가 완성되는 상생의 정신입니다.“
(2026.7.6. 월. 광주매일신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