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삼락회 입회를 하고
내가 얼마 전에 진주 삼락회에 입회했다. 오늘 3월 정기회가 열리는 날이어서 갔더니 그 옛날 같이 근무했던 선배님들도 계셨고, 또 모셨던 교장선생님도 계셨다. 연세가 아흔 살 전후 분들도 다수였는데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육체적으로만 건강한 것이 아니라 정신력도 좋아 이야기를 하는데 논리 정연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니 정말 100세 시대가 도래 한 것 같았다.
내가 가입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나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가 삼락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는데 그 친구의 후덕하고 소탈한 인간성에 이끌려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 친구는 평범한 사람과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차원이 다르다. 퇴직 후 어떤 봉사활동이든지 기회가 되면 회피하지 않고 적극 참여하여 활동한다. 노인대학 강의, 노인 문맹자 한글 독해 교육 강사, 예식장 주례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16일 금요일 날 고등학교 선후배 모임인 쌍백회에 갔더니 선배 한 분이 말하기를 진주 삼락회 조인규회장이 진주교육대학교 졸업 50주년 기념으로 모교에 발전기금 일천만원을 기부를 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 돈이 있어도 그런 결정을 하기가 어려운데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송을 하는 것이었다. 곁에 있던 다른 회원이 덧붙이기를 그일 외에도 자신이 교장으로 근무했던 학교에 매년 일백만원씩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과 불우한 사람을 돕는 일에 참여한 사례를 열거 하는 것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친구에게 오늘 회의에서 오고갔던 이야기를 전화로 말을 했더니 웃으면서 가볍게 받아 넘기더라.
오늘 처음 안 사실인데 진주 삼락회 회관의 비품 구입비로 일백만원도 희사하였다는 것이다.
정말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회의가 개회된 후 회장인사 때 신입회원인 나를 소개하고 인사말을 하라고 해서 나는 이렇게 말을 했다.
초등출신이고 진주교육대학교 4회 졸업생인 김상민입니다.
三樂會란 孟子 盡心篇에 나오는 君子三樂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
에서 유래된 말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제가 느낀 삼락은
그전 제가 모셨던 교장선생님을 뵌 것이 일락이요,
별과 같은 여러 선배님을 이렇게 많이 만난 것이 이락이요.
솜털처럼 따뜻한 동기들과 호흡을 같이 하게 된 것을 삼락이라고 여깁니다.
앞으로 빗자루 들고 열심히 따라 다니겠습니다.
잘 지도 해 주십시오.
회원 대부분 진주 교육대학교 출신이었다. 이외로 여자 회원들이 많았는데 제일 젊은 회원이 나보다 4년 선배다. 나이는 비록 여든 전후일지라도 외모는 십년은 젊어 보였다. 동문과 교직의 선후배 사이 인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모두 정겹게 대해 주셨다. 그리고 모든 일을 솔선해서 처리하는 것이었다.
같이 근무했던 선배님도 세분정도 만났다. 나는 같이 근무했던 그 시절을 머릿속에 떠 올리며 개성 넘쳤던 그분들을 생각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 차후에 나도 나의 후배들을 이 자리에 만났을 때 그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각인이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점심은 연세가 아흔에 가까운 선배가 샀다.
체육대회에 출전할 선수들 유니폼은 여자 회원 서너 분이 사비로 구입하여 제공할 것처럼 보였다. 흘러가는 분위기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식사 중에 친구가 초, 중,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을 교육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회원들이 교육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나도 참여 하였으면 좋겠다. 라고 했다. 나는 편하게 살아갈 작정이라고 하면서 사양했다.
삼락회원 중에 진주 미술협회 회원이 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회원 전이 열리고 있는데 관람하실 분은 관람을 하라는 것이다. 관람을 하기위해 동기의 차를 타고 갔다.
회원전시회 작품을 출품한 분은 내가 잘 아는 황성규 선배님이시다. 선배님은 이미 고인이 되신 강신창 재종매형과 교분이 각별했던 분이다. 작품명은 ‘梅花香滿村’이다.
그림을 감상하며 내 카페에 수록해 둔 매화꽃과 도공에 얽힌 흥미 있는 전설이 떠올라 다시 인용하면 이러 하다.
옛날 한적한 시골에 솜씨가 뛰어난 도공이 있었다. 그 도공에게는 약혼을 한 처녀가 있었는데 그 약혼녀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을 앞둔 약혼녀가 사고를 당해 숨을 거두고 만다. 슬픔에 빠진 도공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 시름을 하게 된다. 그것을 달래기 위해 약혼녀의 무덤을 자주 찾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무덤가에 자라던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게 된다. 도공은 그 나무가 약혼녀의 넋이라 생각하고 자기 집으로 옮겨 심고 정성껏 가꾼다.
그 후로 도공은 그릇 만들기를 계속했지만 결과물은 시원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정머리가 점점 흰머리로 변하는 것이었다. 조로 현상을 알게 된 도공이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고 약혼녀 무덤에 가서 "내가 죽으면 넌 누가 돌봐줄까?" 하며 슬퍼했다. 언제부턴가 도공의 집에 인기척이 끊어졌다. 이상하게 생각한 마을 사람들이 도공의집에 가보니 도공은 없고 한 마리의 새가 있었다. 그 새가 휘파람새다. 요즈음도 휘파람새가 매화나무 위에 자주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전설을 떠 올려보면 애잔하다.
매화에 얽힌 황벽선사의 시는 ‘梅香’을 더욱 의미 있게 해석하고 있다.
耽梅(탐매) : 황벽선사
塵勞逈脫事非常(진로형탈사비상) : 생사 해탈하는 것이 보통일 아닌데
緊把繩頭做一場(긴파승두주일장) : 화두를 길게 잡고 애쓸지어다.
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 차가움이 한번 뼈 속을 사무치지 않았다면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 : 어찌 매화꽃의 코 찌르는 향기 얻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