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의 春分을 지나 4월에 접어들어 淸明 寒食을 지나 중순을 넘어가고있다.
사흘 후, 여름을 재촉하는비가 내린다는 곡우(4월20일)를 지나 10여일만 더가면 立夏 小滿 절기가 들어 있어 본격적인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계절의 여왕 이라며 모두가 경탄하며 삶을 즐기는 5월을 맞이하게 된다.
화창한 봄날씨의 금수강산 답게 배봉산에도, 중랑천 변에도 그외 모든 山과 들에는 벚꽃,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등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모든 나무에는 싱그러운 나무잎들이 연한 초록색을 띠고 우리 인간들과 온갖 새와 꽃나비들의 눈을 황홀하게 해주면서 유혹하고 있다.
신여사는 에어로빅 운동을 함께 하는 두분 아주머니들과 엊그제(4월15일) 아침 일찍 중랑천 벚꽃 구경을 다녀와서 그 아름다움을 전해 주었다, 나도 4월16일(토요일)날 10시에 집을 출발하여 중랑천변 으로 나가서 중랑교 끝까지 갔다가 장평교와 장안교를 지나 산책 코스로 길을 내어 연결해 놓은 배봉산을 쭉 돌아 본 후에 돌아왔다.
각 국민학교 학생들이 선생님들 인솔하에 꽃구경 겸 야외 학습을 나왔는데 일반인들과 뒤엉켜 그야말로 인산인해란 말이 실감 났다. 영찬이도 오늘 반에서 중랑천변 야외학습을 나가기로 했다며 김밥을 싸가지고 학교에 간지라 만나서 쓰다듬어 주고 몇푼 과자값이라도 쥐어 주려고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아직 않왔는지 헛 수고였다.
오늘(4월17일)은 새로 개통된 전철을 타고 춘천 쪽으로 나가서 꽃구경을 하면서 산나물이나 뜯어 볼까 하다가 주말엔 전철 좌석도 없다고 하고 유진네도 애들과 롯데월드에 간다고 하여 신여사를 따라 명성교회에 갔다가 왔는데 신여사가 "당신 목소리가 안좋고 피곤한것 같으니 장어요리를 사주겠다"고 하였다.
요즘 등산등 운동과 모임 참석으로 좀 무리를 했는지 피곤을 느끼고 있는 참인데 장어구이를 사준다기에 고맙게 생각하고 경남호텔 옆에 있는 현대장어 집을 찾아 갔으나 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문앞에 있다가 매월 두번째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고 한다.
나는 문득 백숙 생각이 나서 토종닭 한마리 사다가 푹 고아서 먹자고 하여 바우하우스 지하에 있는 롯데마트로 가서 토종닭 두마리를 사가지고 왔는데 웬걸 열어본 신여사가 상했다고 한다. 나는 즉시 가지고 가서 반품을 한후에 함평 농산물 직판장으로 가서 토종 닭 있느냐고 하니 있다고 한다, "어제 들여온 토종닭이라 상하지 않았다"는 말을 믿고 한마리를 12천원 주고 사와서 人蔘을 넣고 푹 삶아서 아주 맛있게 몸 보신을 하였다.
이렇게 우여 곡절 끝에 점심 식사를 끝낸후에 작년 늦은 가을에 실내로 들여온 대형화분들을 밖으로 내논 후에 매일 입맛 다시며 살펴 봐온 우리집 정원의 두릅과 엄나무 순을 땃다.
억센 가시 때문에 가죽 장갑을 끼고 땋았는데 그 양이 우리 식구가 두끼는 먹을 만큼 제법 많다, 삶아서 된장에 뭍인 것을 조금 맛보니 정말 입에 딱 달라 붙는 듯 일미다. 나는 여러 나물들이 있지만 엄나무 순 뭍인 나물 맛이 제일이다.
우리가족 다섯 사람은 1976년도에 서울로 올라와서 촬영소 고개밑 집에서 몇달간 전세로 살다가 장안4동 119의8호로 이사하여 12년을 살은 후에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을 개최했던 해인 1988년 4월 15일 지금 살고있는 장안4동 292의7호로 이사와서 여태껏 23년간을 살아오고 있다
이사온 다음해에 청원군 낭성면 호정리 조실동네의 대왕산 줄기에 모셔져 있는 장인 어른 산소에 성묘 갔다가 오는 길에 으름덩쿨과 엄나무를 캐가지고 와서 심었는데 으름덩쿨은 비록 으름은 열리지 않지만 큰 덤불이 되어 1층 에서 2층까지 보기좋게 뻗어 올라가서 그늘도 되어 주면서 새들의 놀이터 역할도 해주고 있다.
또한 엄나무는 고목이 되어 매년 싱싱하고 맛있는 나물반찬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그후에 심어 놓은 두릅나무 대여섯그루도 매년 이때쯤이면 맛있는 두릅나물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이들 나물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까짓 가시 많은 나무를 왜 집안에서 가꾸는지 모른다고 말 하겠지만 시골에서 나서 어머님들이 해주던 산 나물을 반찬으로 먹으며 자란 나와 신여사로서는 어느 과일 나무들 보다도 소중하게 여긴다. 엄나무는 잎은 나물로 뭍여 먹고 나무가지는 백숙 고을때나 한약재로 쓰기 때문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귀한 나무다. 또 엄나무와 두릅나물은 쌉싸래해서 입맛을 돋구워 주면서 위암도 예방하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햄, 쏘세지등의 가공반찬과 육류등의 반찬만 선호 할뿐 우리 몸에 보약재인 나물들 특히 산나물들을 기피하거나 등한시한다.
요즘 같이 생동감 넘치는 봄날에 대지의 기운을 흠뻑 안고 돋아나는 온갖 산나물들을 먹으면 대지의 기운을 먹음어 건강이 저절로 북돋아 진다. 된장에 주물럭 주물럭 뭍혀서 큰 양푼이나 바가지에 비벼서 온식구가 둘러 앉아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정담을 나누던 옛날 추억이 그립다. 봄에는 보리쌀을 맷돌에 갈아서 산나물 죽을 쑤어 주면 후후불며 참으로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먹을 수도 없거니와 이렇한 음식을 이야기해도 맛장구를 치며 동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독특한 향기가 나서 간에 좋다는 냉이나물,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냉증치료에 좋다는 쑥나물, 입맛을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씀바귀 , 위장질환과 종기치료에 좋다는 민들레, 칼로리가 적고 신경통에 좋다는 대나무죽순, 양기를 보강해 준다며 작은 마늘로 불리는 달래, 어혈을 풀어 주는데 좋다는 진달래 꽃, 쌀가루에 섞어서 찌면 떡맛이 일품인 비듬나무 잎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귀한 나물들을 골고루 먹어 주면 그것이 어느 가공약품 보다 좋은 건강증진 보약 이다.
그외 원추리,취나물, 도라지, 잔대,더덕, 돌미나리, 홋잎, 다래순등 지천에 깔려있는 산나물들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고 특히 봄이면 찾아오는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도 효험이 있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내한했던 선교사 中 한사람인 제임스 게일은 "먹을 수 있는 나물의 가짓수를 한국 사람 만큼 많이 알고 있는 민족도 없을 것 이라고 감탄 하면서 특히 서양에서는 毒草로 분류되어 가축도 안 먹이는 고사리를 물에 우려 독을 빼가면서 까지 먹는 한국인들을 보고 놀랬다"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 매년 미국 고운네 집에 다니러 가서 볼때마다 달래며 온갖 산나물들이 너무나 많은 데도 하나도 거들떠 보지 않음을 볼때, 제임스 게이의 감탄은 당연 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진달래 꽃도 먹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옛날 시골에서는 진달래 꽃을 사람이 먹으면 어혈을 풀어 주는등 몸에 좋은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부르면서 따서 먹기도 하고 떡에 섞어 먹기도 하였다. 어린 친구들끼리 산에 올라가 참꽃을 배부르게 따먹었었다. 자손이 없어 늙어 말년에 우리집에 와 계시던 네째 할아버지는 나무짐에 참꽃을 한다발 꺽어와서 우리들 손주들에게 주셨었는데.... 반면 진달래 꽃과 아주 비슷한 철쭉꽃은 독성이 강하여 개꽃이라 불리어 지며 천덕 꾸러기 노릇을 하였다.
대도시 서울의 한복판에서 시골 山中에서나 보는 귀한 엄나무와 두릅나무 잎을 따서 반찬 나물로 만들어 먹으면서 새삼 산나물의 소중함을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재 음미하여 보았다. 고층 아파트에 같혀 사는 그누구보다도 단독집에 살면서 심심산골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이들 귀한 나물들을 따서 반찬으로 맛있게 먹는 기쁨을 누리는 내가 몇배 더 행복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물먹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다" 는 論語의 글귀가 쏘옥 마음에 와 닿는다.
長壽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물 맑고 공기 좋은 심심산골 마을에서 산나물을 반찬으로 하여 小食을 하면서 농사일을 한후에는 팔을 베고 누워 태평가를 흥얼거리면서 즐겁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봄은 겨우내 감추어지고 움추려 있던 大地의 온갖 기운들이 밖으로 힘차게 내뿜어 나오는 계절이다.
우리 모두 들로 산으로 나아가 이 봄기운들을 마음껏 받고 맛 있는 나물 맛도 보면서 금년 한해도 모두들 건강하게 지내자.
2011년 4월 17일(일요일) 저녁 식사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