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
아직 꽃을 달지 않은 배롱나무 아래서
연꽃이 잠이 깨기를 기다린다
깜빡 졸다가 손에서 책을 떨어뜨리듯
꽃잎 한 점 후드득 진다
지는 것도 피는 것도
다 분홍의 일
내 생애 이렇게 뜨거운 날이 올 줄 올랐다
용서하시라, 기후 얘기가 아니다
여름꽃들을 태양이 키운다
꽃의 작렬은 태양의 작렬이다
배롱나무도 곧 바통을 이어받아
머리 위에 숯불을 얹힐 것이다
고난이 닥칠수록 내 가슴은 뛴다*
여름 꽃밭을 다녀온 뒤에
어딘가에 끄적였을 것이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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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동시방
작렬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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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8
25.07.10 10:2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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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글도 좋지만 첨부한 사진들이 눈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