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에게 묻는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가장 큰 병은 다름 아닌 불감증입니다. 느끼지 못하는 병, 바쁜 생활에 쫓겨 사는 현대인은 어느덧 느끼고 체험하고 감탄할 수 있는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언 땅 뚫고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이 피어나도 느끼지 못하고, 사랑하는 님이 다가와 입맞춤을 해도 그 달콤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들은 머리는 있지만, 무엇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가슴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해방신학자 중에 레오나르도 보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사람은 가슴(파토스)과 머리(로고스)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먼저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판단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산을 보면, 가슴으로 먼저 ‘아, 저 산, 참 멋있구나’라고 느끼고 나서 산을 어떻게 오를 것인가 머리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저 사람은 참 아름답구나’라고 먼저 가슴으로 느낌이 팍 온 뒤에,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서 만나자고 할까 등등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가슴이 없이 머리로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사람과 알고 지내면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하며 머리로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렇고, 심지어는 종교인들도 그런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삭막해지고 무미건조해지는 것은 아마도 가슴이 아닌 머리로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뜨거운 가슴이 없이 머리만 똑똑하고 많은 지식을 가진 이들이 판사도 하고 정치도 하고 의사가 되기도 하며, 종교인도 되고 교사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을 모두 머리만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자식들의 가슴이야 싸늘하게 식어가도 높은 점수를 받아 명문 대학에 들어가서 머리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수십 개의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고, 비싼 과외를 시키며 자녀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우리는 여름이면 개울가로 나가 미역 감고, 가을이면 산열매 따러 산으로 들로 나가고, 겨울이면 썰매 타러 무논(물이 담긴 논)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렇게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시골에 살아도 방안에 콕 박혀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에 빠져 있거나 학원을 돌며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을 머리가 아닌 가슴의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키워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품고, 아무리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을 이루고 실천할 가슴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요란한 꽹과리가 되듯이 뜨건 가슴이 없으면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이 이나마 아름다운 것은 뜨건 가슴의 소유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자기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는 가슴이 있고, 사람과 생명을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은 우리에게 뜨거운 가슴의 사람이 되라 합니다. 연탄재처럼 자신의 시커먼 몸뚱이에 불을 지필 줄 아는 사람, 그래서 세상을 따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 합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뜨거운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태워 자식을 따스하게 하시고 언제나 넉넉하게 품어 주셨습니다. 문익환 목사는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였기에 어느 누구도 감히 넘을 없었던 휴전선 철조망을 훌훌 넘으셨습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꽃과 나무, 나비와 새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었습니다.
우리 주님 예수님은 머리의 사람이 아니라 가슴의 사람이십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머리로 생각해서 고쳐주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가슴이 있었기에 그들을 치유하시고 위로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뜨건 가슴의 소유자이신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마침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가슴이 필요합니다. 이웃의 아픔과 슬픔, 고통과 괴로움을 나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가슴이 없다면, 아무리 신앙생활을 오래 해서 많은 교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신앙인은 모름지기 머리보다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늘의 뜻을 세우고, 진리이신 주님을 깨달은 신앙인에게 필요한 것은 연탄재처럼 뜨거운 가슴입니다. 그 뜨거운 가슴으로 주님의 나라를 이루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