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중 - 정호승
- 내 몸 아끼듯 사랑해야 할 것들
엄마를 따라 산길을 가다가
무심코 솔잎을 한 움큼 뽑아 길에 뿌렸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화난 목소리로
호승아 하고 나를 부르더니
내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니는 누가 니 머리카락을 갑자기 뽑으면 안 아프겠나
말은 못 하지만 이 소나무가 얼마나 아프겠노
앞으로는 이런 나무들도 니 몸 아끼듯이 해라
예, 알았심더
나는 난생 처음 엄마한데 꾸중을 듣고
눈물이 글썽했다.
현대인들은 도시의 편리와 풍요로운 삶에 취해 살지만, 화석처럼 굳어가는 자신을 알지 못합니다. 무엇을 느끼고 체험할 수 없는 사막과 같은 무미건조한 마음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도시의 어린 아이들도 컴퓨터, 텔레비전, 냉장고와 에어컨, 자동차와 같은 기계와 살아가면서 숨 쉬고 꿈틀거리며 싱그럽고 푸른,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게 됩니다.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산 병아리를 소중한 생명으로 보지 않고 장난감으로 여기며 가지고 놀다 버리는 아이들. 이들에게서 이미 생명의 소중함이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공장을 짓고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자연을 파헤치고 무수한 생명들을 숲 속에서 몰아내어 죽게 만든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오늘 현대인들과 그 자손들은 “엄마를 따라 산길을 가다가/ 무심코 솔잎을 한 움큼 뽑아 길에 뿌린” 시인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죄의식 없이 너무나 쉽게 자연을 파헤치고 없애 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화가 난 어머니가 어린 시인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기듯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셔서 우리 사람의 머리채를 잡고 혼내실 것을 염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도 하느님은 당신을 창조하신 이 세계가 사람들의 탐욕과 무관심, 아무런 죄의식 없이 뽑아버리고 베어버리고 파헤쳐져 사라지는 것을 보시고 우리 사람들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혼을 내고 계십니다. 그러나 기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그 자손들은 아무리 하느님이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고 혼을 내서도 꿈쩍하지 않고 못 들은 체하며 자신의 편리와 풍요를 위해 살아갈 뿐입니다. 이처럼 뻔뻔하고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회개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말씀은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구체화는 곧 이웃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웃은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선한 이웃은 바로 자연입니다. 나무와 새, 강과 하늘, 바람과 구름, 햇볕과 비, 곡식과 채소, 들짐승과 산짐승, 이 모두가 우리 사람의 선한 이웃입니다. 이 선한 이웃들이 없으면 우리 사람은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연은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하여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자기 생명을 누리며 살도록 도와주는 우리의 참다운 이웃입니다.
시인의 어머니가 “앞으로는 이런 나무들도 니 몸 아끼듯이 해라” 하신 것처럼,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하신 말씀을 듣고 “예, 알았심더” 하고 큰소리로 대답하고, 자연을 사람의 몸처럼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태초에 하느님은 말씀으로 천지, 곧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고, 사람을 흙으로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타락하자 하느님은 사람 아담과 하와를 직접 벌하시지 않으시고 땅(자연)을 저주하셨습니다. 이것은 자연과 사람의 몸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말씀입니다. 태초부터 하느님은 자연과 사람을 한 몸으로 창조하신 것입니다.
시인이 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눈물을 글썽인 것처럼, 오늘 우리는 자신의 몸인 자연을 업신여기고 파헤치고 죽어가게 한 죄를 눈물로 참회하며 우리의 선한 이웃인 자연을 살리고 돌보는 일에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자연을 살리는 일은, 곧 자기 자신을 살리는 일이며, 하느님의 창조를 이어가는 거룩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자연은 자기를 희생하고 헌신하여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자기 생명을 누리며 살도록 도와주는 우리의 참다운 이웃입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