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들
밤에 운동장에 나가
맨발 걷기 하고 오는 길이다
파란불을 보고 건너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화들짝 놀라 뛸 자세를 취하는데
할머니 세 분 거동이 태연자약하시다
한 분은 눈이 아예 하늘에 가 있다
변화무쌍한 구름을 보고 계시는 걸까
서울 사시는, 뵌 지 오래인
사촌 큰 누님 눈매를 닮았다
방금 전, 나도 운동장을 돌러 나왔는지
구름을 보러 나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운동장 한 바퀴 돌고 오면
구름 모양이 달라져 있었다
그때마다 소년처럼 가슴이 뛰었다
나는 천천한 걸음으로
누님들의 옆구리를 지켜드리다가
무사히 함께 건널목을 건너왔다
카페 게시글
시, 동시방
누님들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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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
25.08.14 09:3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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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지내시조? 맨발걷기 열심히 하시던 선생님 계셨는데 이제는 안하신다네요. 혼자 걷는데 무서워졌다고 하시더라구요... 주인의 삶의 무게를 온전히 견디고 있는 발, 선생님 발은 욕심없이 사는 주인의 삶 덕분에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안타깝네요. 맨발걷기를 오래 하려면 학교 운동장이 참 좋거든요. 요즘은 맨발걷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 나가도 위험하지도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