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깨를 심은 날
( 2023.6.30 )
비가 오는 중에 들깨를 심었다
들깨모는 손안에 잡힐 만큼 적당하게자라있었다ㆍ
너무 크면 줄기를 눕혀서 심어야 해서 호미질을 그만큼 많이 하니, 힘들다ㆍ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지난주에 들깨 심을 자리를 마련해 놓아서 곧장 작업해도 되었다ㆍ
차 한 잔을 마시고 농장을 둘러봤다.
비가 많이 내려 계곡에는 물소리가
힘차고 웅덩이가 있는 곳에는 물이 가득하다ㆍ
들깨를 심을 곳은 세군데, 햇빛이 없으니 힘들지 않을 것이다ㆍ
어쩌면 오늘 중에 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난 다 심을 수 있을 것 같은데ㆍㆍ"
" 어휴 저렇게 넓은데, 두 군데만 심어도 많이 하는 것이지ㆍ무리하지 말아요 ㆍㆍㆍㆍㆍㆍ"
모종을 뽑아 사각의 상자에 담고 옮겨서 심기 시작했다ㆍ
두 골씩 심으며 나가니 한 번 갔다오면 4골이다ㆍ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처럼 둘이 은근히 경쟁하며 일을 했다ㆍ
비닐백에 담긴 스마트폰은 호두나무 가지에 걸어 놓으니 음악과 뉴스를 들려준다
점점 넓어지는 들깨밭을 확인하며 흐믓해진다ㆍ
날씨가 쨍하면 심은 후에 돌아보면 방금 심은 모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을텐데 오늘은 초롱초롱 하다ㆍ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얻은 경험이 초보농사꾼의 어설품에서 벗어나게 한다ㆍ
콩콩콩 심는 나에 비해서 그이는 천천히 조심조심 심어나간다ㆍ
긴이랑은 한참을 심어야 끝이 난다
반면에 짧은 것은 금새 들깨가 심겨져서 신바람이 난다ㆍ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장대비로 변한다ㆍ
할 수 없이 비닐하우스에 들어와 간식을 먹고 라디오를 듣노라니 다시 햇살이 비춘다ㆍ
여름날의 변덕이다ㆍ
새벽부터 일한 덕택으로 두 곳에 심고나니 오후 3시, 고단함이 몰려온다ㆍ
수천, 수 만번의 호미질로 오른쪽 손목이 시리다ㆍ
점심으로 따뜻한 미역국을 먹을 때는 숟가락이 떨리기까지 했다.
늦더라도 다 심는 편이 좋을 듯 해서 마지막 밭에까지 모두 심으니 6시!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을 한다
오늘 하루 푸지게 일했다ㆍ
3~4일 걸릴 양을 하루에 마쳤다ㆍ
태양볕 아래에서 일했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ㆍ
흙투성이의 작업복을 헹구어 널어놓고 어두워지는 농장을 뒤로 했다
들깨를 끝으로 이젠 밭 골고루 모든 작물들도 채워졌다ㆍ
넉넉하고 뿌듯하다
호미로 구멍을 파고 무릎을 끓고 들깨를 심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 했다ㆍ
아마 오늘밤 꿈속에서도 들깨를 심지 않을까?
손목이 시큰거리고 산모기가 문 이마와 볼은 벌겋다ㆍ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이 가득차 오른다
'뿌리 내리고 잘 자라겠지' 궁금해져서 조만간 다시 밭으로 달려가리라
들깨가 자라면서 무성하게 잎을 달고
춤을 추면 고소한 깨냄새가 농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ㆍ
깻순을 잘라 데쳐서 조물조물 무치면 참 맛있다ㆍ깻잎 김치는 또 어떻고ㆍㆍ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ㆍ아이들을 키우면서, 뭔가에
도전하면서 또는 누군가를 마음에 품으며 사랑을 하면서 말이다
칸트씨가 말했다ㆍ
행복하려면
첫째, 일을 할 것
둘째,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것
셋째, 누군가를 사랑할 것
그런 면에서 자연속에서 농사를 짓는
일은 몸은 고달퍼도 행복한 일이다ㆍ
칸트의 말에 부합되는 일이 아닐까?
생활지원사로 일하는 친구가 말한다
도시의 어르신들은 보기에 신수가 좋아 뵈지만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움직이며 사시는 분이 몸도 정신도 훨씬 건강하단다ㆍ
인정도 많고 넉넉해서 시골에 들릴 때마다 푸성귀를 가득 얻어온다고
한다ㆍ정의 표현이다
들깨를 다심고 행복해져서 글수다를 실컷떨었다 ㆍ
오늘은 안마기에 묻혀서 푹 쉬는 중이다ㆍ
보통날의 쉼보다 더 진하다
2023. 7. 1
햇살이 쨍한 토토일
들깨를 심었으니, 얼매나 좋은지!
첫댓글 올해는 들깨를 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엇이든 꾸준하게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어떤 주의의 환경에도 개의치 않고
하고자 하는 것을 실행한다.
들깨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심는 우리처럼!!
지난 주에 심은 들깨가 잘 자라는지 참 궁금하다.
빨리 토요일이 되어서 달려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