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독도는 청자 / 김영욱
섬나라로 끌려간 도공은
고국 도자기의 아류를 만들었다
흙이 다르고 물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도자기를 빚는 마음이 달랐다
입이 있어도 벙어리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인 그의 마음은
축축하고 어두운 가마였다
일찍이 안개 낀 아침이면 바닷바람에서
해금소리가 난다는 독도는 엎어놓은 물항아리 모양이라지만
해협을 건너다 본 독도는 동해가 빚어낸 청자였다
해풍이 새겨 넣은 여러 무늬에
바다 빛깔을 입혀놓은 파랑의 솜씨였다
그곳에 가면 천혜의 가마골이 있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태곳적 흙을 구워 섬을 탄생시킨 가마터에는
불타는 얼음이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도공은 그곳의 터줏대감 해산 삼형제가
저와 같은 옹기장이인 게 좋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새는 마냥 부러웠다
불기 없는 다다미방의 도공은
고려청자 같은 독도에 침 흘리는 입들을 쭉 찢어
심해의 아귀처럼 감고 있는 눈도 쭉 찢어
뻘흙으로 막사발로 빚어
펄펄 끓는 활화산 아궁이에 던져
망언을 떠벌리는 입을 막는 아도(啞陶)로 구워냈다
다케시마의 날, 대나무 땔감 타는 연기가
독도로 가는 하늘사다리를 놓을 듯 떠올랐다가
끊어졌다, 썩은 동아줄이었다
[우수상] 홀로 독獨 , 그 섬의 사랑법 / 이선정
섬은 지독한 산통을 겪고있다
바닷길이 열릴때마다
우수수 쏟아져 들어오는 정인,
그들은 하나같이 섬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금기된 몸을 열어 한바탕 사랑을 치르고나면
오직 한가지 소리로 구애를 하던 그들
씨앗 하나씩 남긴채 홀연히 섬을 떠난다
입덧은 짐작보다 빠르다
어둠이 오고, 산파를 자처한
별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밤은 고요속의 소란
새벽까지 쏴르르 울리는 파도의 마두금 연주
섬은 밤새 뒤척이며 씨앗을 보듬는다
신열이 오르내리고 땀범벅인 소금산,
초췌한 등줄기로 동백꽃 산줄 나붓이 걸린 아침
끝내 씨앗을 뚫고
태극기를 머리에 두른
괭이갈매기 한마리 씀풍 날아 오른다
푸득푸득 작은 날갯짓이 끊이지 않을때
떠난 사랑은 행여 섬을 기억이나 할까?
오늘도 그 섬,
질풍*을 맞으며 지독한 산통으로
오직 한사랑을 위해 머리를 뉘고 씨앗을 키워낼테다
태생마저 외로운 홀로 독獨
미련한 그 섬의 사랑법이다
* 몹시 빠르고 거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