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
내 살붙이 같다
이제야 우산에게 면목이 선다
내 살붙이 같다는 말
그 말을 우산에게 해줄 수 있어서
우산대가 내 어깨뼈에 닿았을 때였을 것이다
가을비 내리는 밤
우산 쓰고 맨발로 운동장을 돌다가
문득 그 말이 떠올랐던 것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산만 챙겨서 나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구시대의 발명품인
소박한 사물에 불과하지만
어떻게든 나를 젖지 않게 하려는
너의 진심
최첨단 에이아이도 흉내 낼 수 없는
고맙다는 말로는 모자라서
풀숲을 더듬듯이 찾고 있었는데
이제야 너에게 면목이 선다
넌 내 살붙이가 맞으니까
카페 게시글
시, 동시방
헌사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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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3 08:2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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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산 뼈가 부러지면, 직접 고칠 손재주도 없고 데려갈 동네 병원도 없어 안타깝습니다. 비정하게 보내고 새 친구를 맞이합니다.
그러게요. 요즘 신기료 장수가 안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