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조심기간, 안전모도 없는 지자체 산불진화대원들
춘천시 일부 지역 마스크도 미지급…9시 출근, 조기 등산객 입산 금지도 못해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에 접어들고 있지만, 춘천시 산불진화대원에 지급되는 진화·보호 장비가 열악할뿐더러, 이들의 근무시간도 산불예방을 활동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불진화대원은 소방서의 정식 소방대원과는 별도로 각 지자체가 충원해 산불예방과 진화작업 지원에 동원하고 있는 인력들이다.
이들은 소방대원들보다 화재 현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거주한는 이들이 많아 보다 일찍 도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의 장비는 열악하다. 취재 결과, 춘천시 조교리 산불진화대원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등짐펌프와 잔불 정리용 갈퀴, 방화장갑과 안전화, 방화복뿐이다. 인근 홍천군은 이에 더해 안전모와 마스크까지 지급하고 있다. 전 춘천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최모씨는 "처음 지급된 안전화도 다 닳아버려 개인이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기간제 근무 전 면접 때마다 장비 개선을 요청해도, 춘천시에선 예산이 없다며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15리터 용량의 등짐펌프(좌)는 진화대원이 각자 하나씩 소지해 진화하며, 잔불 정리용 갈퀴(우)는 진화대 내에 하나 뿐이다.
2017년부터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로 근무한 신모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산에 올라가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평할 정도다. 특수진화대는 김씨, 최씨가 근무했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 비해 보다 전문적인 공무직 인력으로, 산불 현장 최일선에 투입된다. 신씨는 "산불 진화 상황에서 오르는 산은 평범한 등산로가 아니다. 불만 무서운 게 아니라, 급경사지에서 떨어지는 돌도 무섭다"며 안정장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진화대원에게 지급되어야 할 필수 장비는 법적으로 명확히 지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 홍천군 산림과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지급 장비와 관련해 법적으로 규정된 점은 없다"고 전했다. 관련 규정은 산림청 훈령 '산불관리통합규정 제20조(안전장비의 지급)'뿐이다.
산림청 훈령 산불관리통합규정 제 20조 (안전장비의 지급)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대해 "지자체에서 당연히 규정대로 최대한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지자체마다 예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장비지급은 각 지역마다 달라질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춘천시 산림과 관계자는 안전장비에 대해 "(산불) 현장 발생 시 지급할 수 있게끔 준비돼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각 지역에 상주하고 있기에 산불을 최초 목격하고, 최초 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안전장비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들은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전 춘천시 산불진화대원 최씨는 "과거 조교리에 산불이 났을때, 농약 방제기로 산불을 빠르게 진압한 적이 있었다"며, "주민 대부분이 트럭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트럭에 방제기를 장착한다면 산불 진압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15리터 용량의 등짐펌프에 비해, 큰 용량과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 특성상 지난해 진화대원은 전원 60대 이상이었고, 올해 상황도 같을 것"이라며 진화대원 고령화에 따른 장비 개선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근무시간도 문제다. 춘천시 북산면 조교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정식 등산로가 없음에도 등산객이 꾸준히 찾아오는 곳이다. 통상적으로 11~12월은 가을철 산불 예방을 위해 입산이 통제되지만, "가리산으로 등산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등산객과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포착되기도 했다. 봄, 가을철 산불조심기간마다 춘천시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으로 근무한 김모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가리산으로 등산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온다"며 봄, 가을철 상황을 설명했다.
산불조심기간중 등산객들의 입산은 산림보호법 제15조에 의해 불법일 뿐더러,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진화대원의 근무시간 내에는 이들의 입산을 막을 수 없었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오전 8시 이전에 산에 오르지만, 진화대원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 원칙이다. 김씨는 "우리가 출근했을 때는 이미 등산객들이 산속으로 들어가고 한참이 지난 뒤다. 그 사람들이 산속 어디에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등산객도 진화대원, 감시대원의 입산 단속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산 바로 아래 차를 주차하지도 않는다. 운전자가 일행을 산 아래 내려주고, 멀리 차를 주차한 뒤 걸어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등산객의 꼼수도 꼬집었다. 결국 진화대원이 출근한 시점엔, 산에 몇 사람이 들어가 있는지 추정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씨는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춘천시 산림과 관계자는 "근무 시간을 앞당긴 적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근무시간을 항상 시 혼자서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근무시간 조정은 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진화대원의 의견만으로 시간 조정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승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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