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에서 ~ 박만엽
- 유년 시절 장마가 끝난 후
중랑천에 수영하러 갔다가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수도 없이 소리쳤지만,
눈이 마주친 친구들은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듯
단지 손을 다정히 흔들어 보였다. -
온몸은 바닷속에 잠겨
고기밥이 되어 없어질지라도
임의 체온이 느껴지는 오른손만이라도
넘실거리는 파도에 젖을까 봐
뭍을 향해 그리움을 뻗고 있나 보다
허공을 날던 갈매기조차 애처로워 보였는지
그리움에 기다리다 지친 손에 앉아
손톱이라도 깎아주는지 쪼아대며
매니큐어를 칠하듯 하얀 흔적을 남긴다
그토록 애타던 기다림이었건만
뭇사람들은 그 손이 왜 뭍을 향해 뻗고 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도 오른손을 치켜든 채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뭍에서는 돌아올 날만 기다리다가
온몸은 이미 묻혀 퇴비가 되어버렸지만
임의 손을 잡아보려고 왼손만이라도
바다를 향해 뻗고 있는 것일까
- 사람들아, 저 사람을 구해야 해.
그는 수영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야.
우리에게 태양을 건져 올려 밝은 빛을 주기 위해
온몸을 바닷속에 담그고 열을 식히고 있어.
저 오른손을 잡아서 그를 살려내는 일이
바로 우리의 꿈을 낚는 일이야. -
사람들은 그 절박한 외침을 못 들었는지
수평선 너머로 저녁놀과 함께
하나, 둘 제 갈 길로 사라진다
바다와 뭍에 묻혀있는 두 손은
달이 뜨자 스스로 긴 그림자를 만들어
서로 손을 굳게 잡는다.
詩作 Note
호미곶(虎尾串)은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에
비유하여 그 꼬리에 해당하는 경북 포항시
영일만 장기반도의 끝에 있는 곶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라고 한다.
호미곶 광장에는 ‘상생(相生)의 손’ 조형물이 있다.
오른손은 바다에 왼손은 육지 세워져 있는데,
이 손은 2000년 새천년을 맞아 두 손을 맞잡고
잘 살아보자는 뜻으로 세운 것이라 한다.
또한 그 광장에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동상도 있는데,
이와 관련된 설화가 아래처럼 전해져 온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즉위 4년(157년)
동해(東海) 바닷가에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이 미역을 따러 바위에 올라섰는데
그 바위가 움직이더니 연오랑을 싣고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연오랑을 본 일본 사람들은
그를 신이 보냈다고 여기고 왕으로 섬겼다.
세오녀는 남편을 찾다가 마찬가지로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그러자 신라에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고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말에 따라
사신을 보내 두 사람을 청했으나 연오랑은
하늘의 뜻이라며 돌아 갈 수 없다 하고
세오녀가 짠 고운 비단을 주며 이것으로
제사를 지내라 하였다.
그 말대로 제사를 지내니 다시 해와 달이 빛났다.
이때 제사를 지낸 곳이 영일현(迎日縣)이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동으로 일월이 빛을 잃었다가
세오랑의 비단 제사로 다시 광명을 회복하였다는
일월지(日月池)의 전설과 자취는
지금도 영일만에 남아 있다.
(OCT/1/2014)
첫댓글
lalakim16.11.06 14:22
첫댓글 * 저 손이 인류생명을 구하고 잇군요
열기를 들어서 올리기 위하여
열기를 식히며 기다리는 -손- ..
손의 힘은 신비롭다 ..
늘 감사해요 .. 고맙습니다.
뉘앙스16.12.13 18:07
파란글도 시의 일부인지요..
그러면 너무 죄송하게 되었고요
파란글이 시의 일부인지 몰랏어요..
확실히 갈켜주세요..
그 참 이상하다 시의 일부이면
파란글은 제목과 내용에 조금 안맞는듯한 느낌이 드내요..
박만엽 시인님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구촌16.12.13 21:37
뉘앙스님도 이상하여 이미 이곳에
댓글을 남기셨군요?
영상시화 방에서 보니
아주 멋진 영상시화를 만들어주셨던데...
어쩌지요?
파란 청색 부분도 이 詩의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정성드려 연출한 것인데
삭제하기도 그렇고
파란글자 부분을 해당 칸에
작은 글자로 삽입하여 수정이 가능하였으면
기쁘겠습니다.
제가 독자에게 혼동이 되는 시를 쓴 모양입니다.
아무튼 늘 고마운 뉘앙스님 항상 좋은 일들만 함께하세요.
Wolf24 ( 2014/10/02 )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른손은 바다에 왼손은 뭍(육지)에 세워져 있군요
저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바다에 있는 손은 많이 보았습니다
사실적인 시 잘 읽고갑니다
건필하세요
Lime ( 2014/10/07 )
사람들은 그 절박한 외침을 못 들었는지
수평선 너머로 저녁놀과 함께
하나, 둘 제 갈 길로 사라진다
바다와 뭍에 묻혀있는 두 손은
달이 뜨자 스스로 긴 그림자를 만들어
서로 손을 굳게 잡는다.
상생의 손.. 조각에 대한 내용이네요
시인님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잘 감상합니다
건강하십시오
파랑새 ( 2014/10/17 )
시인 님!
반갑습니다! 건강 하시지요?
호미곶에서 멋진 포즈의 사진으로 나마 뵈오니 뵌드시 반갑습니다!
아직 호미곶에 가 보진 않았어도 사진으로 본 기억이 남니다 만...
그러한 깊은 뜻이 있다는건 몰랐네요! 감사히 감상 합니다!
늘 행복하신 나날 되시고 건필하시길 간절히 소망 합니다! 고맙습니다!
Mypoem ( 2014/10/21 )
wolf24님 안녕하세요?
종종 오셔서 올려주신 좋은 게시물들 잘 보곤 합니다.
이렇게 원본 시방에도 흔적 주셔서 감사합니다.
Lime님은 영상 배우려 여기에 오셨다고
어느 댓글에서 본 것 같은데
이렇게 살가운 흔적으로
늘 저희 홈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Yunni 2014/10/22 )
시인님`` 유니 오랫만에 문안드립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요```
신작시 잘 읽고 갑니다```
White ( 2014/10/26 )
Yunni온니? Hi
How was everything? ㅎ
이 시는 좀 독특하네요
달이 뜨자 스스로 긴 그림자를 만들어
서로 손을 굳게 잡는다.
이런 설화가 있었네요~!!
시인님 잘 감상하고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운천 2015.10.08. 05:58
호미곶의 전설 감사합니다
손바닥이 세워져 있지만 별뜻 없이 보았는데 그런사연이군요
유년시절 물에 빠져본 때를 떠올리면서 쓰신글이
호미곶에서 떠오르셨나 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슬 2015.10.08. 16:13
호미곶의 애절한 전설 잘알았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살려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선뜻 구하러 가는사람은 적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헹복하세요~~
((Daum 카페 '강나루에서 한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