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번 버스를 기다리며
성긴 눈발 날린다
3분 뒤에 올 버스 기다린다
그 사이, 가녀린 것들이
허공을 떠돌다가 땅으로 내려온다
도심에 내리는 눈은 수명이 짧다
땅에 닿기가 무섭게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눈
하나 둘 셋 넷
눈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다시 하늘을 본다
하루살이 떼의 부활!
지난여름 천변을 부옇게 수놓다가
날이 선선해지자 자취를 감추었던
이번 생도 하필 눈송이란 말이냐?
딴은, 산정에 내리면 눈꽃이 되기도 하지
모악산 가는 970번 버스가 저만치서 온다
눈꽃
눈꽃을 보러 간 건 아니다
겨울 산의 황량함이 좋아
산을 꾸역꾸역 올라갔던 것인데
황홀한 눈꽃 세례를 받고 내려왔다
눈꽃은 눈과 바람과 추위가
허공을 떠돌다가 만나
나뭇가지에 아로새긴 무늬다
말하자면 떠돌이들의 화음 같은 것인데
나무가 몸을 내주지 않았다면
눈꽃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가만히 눈꽃을 바라보았는데
눈꽃들도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를 떠돌이의 일원으로 받아준 것 같기도 하고
내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취한 것 같기도 했다
눈부처로 핀 눈꽃들이 너인지 나인지
몰라도 좋은 그런 눈빛이었다
카페 게시글
시, 동시방
970번 버스를 기다리며 외 1편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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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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