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수선도 힙(hip)하게”…국내 첫 ‘수선의 날’ 열려
<다시입다연구소>, '국제 수선의 날' 맞아 전국 서울·부산·제주 등 25곳서 동시 개최
지난 19일은 전세계 ‘수선의 날’을 맞아 서울시 종로구 페어트레이드카페앤숍에서는 ‘1019 전국 수선의 날’ 행사가 열렸다. 수선 강습·실습·수선서비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고쳐서 오래 입는 즐거움’이 전수된 것이다.
전 세계 3천여 수선 연맹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행사는 국내에서도 서울·부산·제주도 등 전국 25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전국 수선의 날’은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의생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망가진 옷을 버리지 않고 수선, 의류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행사다.
<다시입다연구소>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옷장 속 수선이 필요한 옷을 보유한 사람은 9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지배적이라, 망가진 옷을 수선하기보다 그냥 버리고 다른 옷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한국은 지난해 의류 폐기물 수출 주요 5개국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소측은, ‘수선’은 단순히 옷을 고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본주의로 인해 퇴화해버린 인간 고유의 수리 능력과 예술성, 창의성을 되찾고, ‘옷’과 ‘나’의 관계를 회복하는 근본적 환경 실천이다. 뚫린 구멍과 뜯어진 실밥 등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옷과의 친밀도는 옷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불필요한 새 옷을 사지 않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철학을 반영하듯, 이날 수선 행사는 재봉틀·바느질·뜨개 수선·키보드 수리가 상시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또, 오후 1시부터 실크스크린 체험과 패션 브랜드 이새(ISAE)의 자수 수선예술이, 오후 3시부터는 조민지 작가의 천연염색 교실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지속가능한 의생활”과 “순환경제사회 정착”을 위해 ‘수선’의 필요성을 배우고 ‘고쳐 입고 오래 입는 삶’의 가치를 나눴다. 이날 실크스크린을 체험한 정예림(23·여)씨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어 재밌고 편했다”며 “집에 재봉틀이 있지만 바빠서 직접 수선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옷들을 수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하 전시공간에서는 차정순 작가의 상의 리폼 서비스가 오후 1시부터 3시, 장애인 의류 전문 브랜드인 베터베이직의 의류 리폼 상담이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다. 전시 공간에는 실제로 뜨개 등 방법으로 수선된 의류들과 관련 도서, 수선 용어를 설명한 포스터 등이 마련돼 옷 수선에 대한 이론과 응용법이 두루 소개됐다.
이날 부대행사로는 뮤지션 그룹 ‘보아 비아젬(Boa viagem)’의 브라질 민속음악 공연이 이어져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도 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수선’에 대한 낡은 인식 개선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행사 이름에 리페어(repair)같은 소위 힙(hip)해보이는 외국어를 넣으면 어떻겠냐는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글인 ‘수선’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그런 공들이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요즘 청년 세대에게 ‘수선’이 익숙하지 않고, 고루하고 낡은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점을 고치고 싶었다”는 것이다.
또, 정대표는 수선이 전 연령층의 보편적인 문화로 정착한 북유럽의 사례를 들며 “한국에도 이런 수선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 프로젝트와 전문적인 수선 교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시입다연구소는 지난 12일 환경부 주관 ESG친환경대전에 참여, 공유옷장 플리마켓 ‘21% 파티’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소연 대학생기자
전국 수선의 날 행사가 19일 오후 서울 혜화동 '페어트레이드카페앤숍'에서 열렸다.
- 재봉틀 체험에 참여해 옷을 직접 수선하는 시민의 모습이다.
- 이날 행사에서는 뜨개로 수선한 옷과 수선 도구가 전시됐다.
- 직접 가져온 옷에 자수를 놓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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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전국 수선의 날 행사가 19일 페어트레이드카페앤숍에서 열렸다.
- 재봉틀 체험에 참여해 옷을 직접 수선하는 시민의 모습이다.
- 뜨개로 수선한 옷과 수선 도구가 전시됐다.
- 직접 가져온 옷에 자수를 놓는 시민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