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범죄자 교수를 원하지 않는다"
30일, 서울 S여대 교내 "성범죄 규탄" 시위 …Y대·S대 등 “SKY”에서도 성추문 잇달아
서울 시내 대학들에서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주장과 항의 시위, 교수의 맞고소 등이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3시 서울 시내 S여대 인문사회관앞 잔디밭에서는 "교내 성범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학생과 D여대 페미니즘동아리 레디어스, E여대 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시너지 등 교내외 7개 단체 회원 총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서 발언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몇 년간 이어진 본교의 성범죄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캡션: 서울 S여대 교내 성범죄 규탄 시위가 30일 오후 인문사회관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위는 지난해 3월 이 대학 독어독문과의 A교수가 제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여러 학생의 손, 허리 등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함에 따라, 피해 학생 중 한 명이 교내 인권센터에 신고를 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A교수는 술에 취한 상태로, 현장에 있던 다른 학생이 교수의 행위가 도를 넘자 이만 귀가할 것을 권했는데 이를 두고 “자신을 무시한다”며 화를 내면서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에 따르면, A교수는 교내 인권센터 신고 과정에서 비슷한 범죄 정황이 2건 이상 더 밝혀졌지만, 해당 사안에 대해 3개월 감봉이라는 경징계 처분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교수는 학과 ‘스승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전공필수 과목을 담당하는 등 정상적인 교직 생활을 이어갔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사과는 여전히 없었다는 것이다.
(사진 캡션: A교수 규탄 피켓을 들고 있는 시위 참가자의 모습)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S여대는 당신의 룸살롱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미 지난해 진행된 가해 교수 경징계 처분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미미하다며 ‘솜사탕’ 노래 가사를 성추문 사건 교수의 이름을 넣어 부르거나 “S여대는 각성하라” “가해교수 내보내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박지윤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여성혐오폭력규탄 공동행동 등 6인이 발언에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A교수는 스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교수가 학생을 고소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울분을 토하면서도, “성추문에 침묵하지 않고 연대하려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날 마지막 발언에서는 8년 전 동일 교수에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되기도 했다.
(사진 캡션: 무소의뿔이 교내 곳곳에 부착한 A교수 규탄 대자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달 익명의 인물이 교내 화장실에 A교수의 성추문과 이에 대한 학교측의 감봉 처분을 포스트잇에 붙이면서부터다. 이 포스트잇은 다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게시됐고 급기야 ‘괴도연합’, ‘무소의 뿔’ 등 교내 동아리 회원들이 가해 교수의 재심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관련 요청을 총장실에 보내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에, 가해 교수측은 학과생들이 다수 모인 강의실에서 모든 추행 범죄를 부인하는 한편, 급기야 고발 대자보를 붙이던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해당 학생은 지난 21일 노원경찰서로부터 출두 명령을 받고 조사에 응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지난해에 인권센터가 위원회를 열어 3개월 감봉 징계를 결정했고 이미 집행이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총장실에 보낸 가해 교수 재심 및 재발 방지 요구안은 문서에 명시된 답변 시한인 25일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날 시위를 주최한 학내 동아리 ‘무소의뿔’ 대표는 익명으로 공론화 시작 당시의 심경을 털어 놓으며 “S여대 학우들이 여성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작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언론 보도와 동료 교수 진정서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3개월 정직 경징계 결정 이후 대응을 일체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교측 대응의 변화가 없다면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캠퍼스내 교수의 성추문 파문은 상위권 대학으로 알려진 Y대학과 S대학도 비켜가지 못했다. Y대학에서는 이 대학 건설환경공학과 B교수가 국내외 학회 참가 당시 제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혀를 넣는 등 추행을 저질렀으나 학교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일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대자보가 최근 교내에 게시되기도 했다.
(사진 캡션: 지난 00월 Y대학 교내 게시된 건설환경공학과 B교수 고발 대자보.)
S대의 C교수는 제자에게 “욕구가 없다는 건 진화적으로 말이 안 된다. 야동 한 번 같이 보자”고 제안하는 등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학교측은 15개월이 지나서야 경징계 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교수는 최종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1학기 최대 1000명이 수강하는 ‘초대형 강의’를 신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대학내 성추문으로 학생들의 캠퍼스 안전과 학습권이 위협받는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사회의 문제 인식 고취와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소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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