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 실천
기도를 하고, 기도에 관해 교육을 하면서도 늘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처럼 기도를 많이 하는 신자들은 없다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는데, 왜 한국교회가 세상에 주는 영향력이 이리도 미미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아멘” 하고 난 다음부터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멘”을 했다고 기도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기도의 마무리는 “아멘”을 한 뒤부터입니다. 아무리 홈런을 쳤다 해도 치고 나서 베이스를 확실히 밟지 않으면 점수를 내지 못하듯이, 기도도 하느님께서 명하신 거룩한 삶을 실천하지 못하면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아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기도의 끝말은 “아멘”입니다. 이것은 “옳소.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게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란 그리스도인의 파이팅 구호이며 헌신의 맹세이며, 믿음의 언어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굳센 믿음이 확인입니다. 요즘은 우리 사회 곳곳에 반대와 냉소주의, 불순종의 영이 너무 많이 넘쳐 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어디까지나 긍정적이며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비평가들이 아니라 확신에 찬 “아멘!”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아멘은 단순히 형식적인 구호 열창이 아닙니다. 목숨을 건 삶의 현장에서의 헌신입니다.
이 악한 세상에서 주님 뜻대로 아멘의 인생을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산상설교의 마지막 부분은 좁은 문으로 들어갈 것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좁고 험한 가시밭길이라도 하느님의 길이기에 그 길을 택했습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말과 혀로만 충성하는 게 아니라 실천과 진실함으로 주님의 뜻을 묵묵히 받아들여만 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주님의 기도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마태 6,10)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땅의 나라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실망을 주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외국 정부나 비교적 잘 산다는 나라들도 온갖 모략과 거짓, 약점 투성이입니다. 대개 나라의 질은 그 나라의 리더십, 지도층이 결정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전능하시고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리더이십니다. 하느님께서 다스리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리더들이 부패하고, 거짓말하고, 권력욕에 취한 병든 리더가 아니십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다스리시는 나라는 완벽합니다.
물론 궁극적인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죽어서 갈 천국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신 그 순간부터 우리의 가슴 속에도 하늘나라가 임했습니다. 리더이신 예수님께서 계신 곳은 그 어디나 하늘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예수님을 모신 곳이라면 어디든 그곳이 하늘나라입니다.
이미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에게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라고 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주님의 다시 오심, 그래서 영원한 하늘나라가 이 땅에 완전히 오기를 갈망하는 자세입니다. 아무리 교회가 초라해 보이고 세상이 화려하고 강해 보여도, 이 모든 세상은 언젠가는 아침 안개처럼 사라지고 모든 인류는 하느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다가올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그리스도인들도 이 땅의 보이는 것들에 욕심내며 피곤하게 삽니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우리에겐 빛나는 하늘나라가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니까 땅의 것을 가지고 죽어라고 아웅다웅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화장실에서 쓸 휴지를 장식하는 사람을 봤습니까? 이 세상의 것들도 필요하지만 다 쓰고 버릴 사라질 것들입니다. 거기에 목숨을 걸지 맙시다. 영원한 것을 위한 일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그렇게 간절히 투자할 가치가 없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눈 뜨고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시대의 급변하는 트렌드에 따라 지나치게 목매달지 않습니다. 새로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음악, 패션 트렌드에 대해서 좀 몰라도 괜찮습니다. 시대를 파악하는 기본 지식은 있어야겠지만, 내 말과 행동과 생각이 거기에 매여 있어선 안 됩니다. 가치관이 하느님 나라에 딱 맞춰진 사람은 벌써 풍기는 향기가 다릅니다. 그게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격(格)입니다.
둘째는 내 삶 모든 면에 있어서 주님의 주권을 인정하여 그분의 말씀을 전적으로 순종하는 일입니다. 그 나라의 법을 지키지 않는 국민은 벌을 받듯이 하느님 나라의 시민들도 하느님 법을 어기면 삶이 편하질 않습니다. 우리는 이 땅의 법이 아닌 하느님 나라의 법으로 살아가는 하늘나라 시민들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간통법이 없으므로 성적으로 문란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법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정을 사랑하고 지킵니다. 즉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라는 기도는 “주님, 당신의 말씀을 순종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라는 간청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라는 기도는 “아멘!” 한 다음에 세상에 나가서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주님, 당신의 말씀을 순종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그러므로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말과 혀로만 충성하는 게 아니라
실천과 진실함으로 주님의 뜻을 묵묵히 받아들여만 합니다.
영원한 것을 위한 일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그렇게 간절히 투자할 가치가 없습니다.
“주님, 당신의 말씀을 순종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