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 이후 여드레째 날입니다.
농협에서 닭사료를 사는 것으로 배움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걷기명상에서 배움터 동무들과 합류했습니다.
담양에서 온 주언이, 실상사작은학교 동무들도 열심히 함께 걷습니다.
며칠 간 달구어졌는지 아침길이 후끈하네요.
걷기 명상 때 제 소임은 태율이와 걷는 것입니다.
느릿느릿 가는 태율이 걸음에 맞춰 걷지요.
너무 느리다싶으면 다독이기도 하고 재촉하기도 하며 걷지요.
돌아와서 철봉 매달리기를 태율이와 하고 교실로 갑니다.
신난다 교실에서 아침열기를 참관하고 민들레 교실로 가서 '말과 글' 수업에 함께 했습니다.
건물 반대편에서는 천지인과 작은학교동무들이 같이 영어수업을 합니다.
'아침 열기'는 수업시간표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배움터의 중심정신을 동무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참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 자리에 임하는 민들레와 신난다는 온 정성을 다합니다.
점심밥모심을 하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해리가 밥을 안먹고 앉아있어서 밥 안먹냐고 물어보니, 너무 더워서 입맛이 없다고 좀 있다 먹겠다고 합니다. 동무들 먹이려 불앞에서 오래 있어서 그랬나봅니다.
논에 들러서 논물을 확인하고 돌아와서 닭사료를 작은학교 여학생 두 명, 민재, 도율과 같이 옮겨 담았습니다.
25킬로그램짜리 사료푸대가 4개, 무척 무거운데 덕분에 잘 옮겨담았습니다.
땡볕이 워낙 뜨거우니, 점심 쉬는 시간임에도 아무도 안나왔네요. 늘 나와있던 태율이도 오늘은 안보입니다.
1시, 순례자들의 마음 모으는 시간입니다. 상율, 민재, 지안, 신난다, 두더지, 민들레, 그리고 새로이 고슴도치와 라떼가 함께 자리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내가 바라지 않는 상황에 예기치 않게 마주했을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모두들 원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보자라고 했지요. 민들레가 웃으면서 "지금 당장 순례가도 되겠네요." 합니다. 마칠 때 즈음 사랑이와 하진이가 와서 함께 어깨동무하며 "한 걸음씩 걷는다. 사랑어린 사람들!"을 연호했네요.
마치고 잠시 쉰 후 공양간으로 가서 퍼렇게 변한 감자들을 따로 삶았습니다. 닭밥으로 주려고요.
이따가 저녁에 먹을 상추를 따고 교문쪽으로 가서 버스 탈 동무들을 배웅했습니다.
순례 간 오하이오가 차를 가지고 가서, 요코도 버스로 집을 갔습니다.
동무들 배웅하고 도서관으로 가니, '생태대학'을 준비중인 시관계자들과 두더지, 바다, 언연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민들레와 신난다는 이따가 작은학교 배움지기인 '지음'과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사람도 참여하고 싶었으나 현보가 곧 군휴가로 집에 도착할 거라 불참하게 되었네요.
퇴근하면서 공양간에서 무언가 열심히 작업하시는 들국화님께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병원에 있는 유화가 잘 치료받고 편안하기를 기도하면서 이만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