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세평] 그 때가 가장 위험하다
[1683호] 2011년 11월 12일 (토) 23:07:45고대신문news@kukey.com
얼마 전 한 고대생이 교내셔틀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학우를 잃은 학생들과 제자를 먼저 보낸 교수들은 모두 슬픔과 비통함에 빠져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의 당황스러움에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한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믿어지지 않았다. 이제 그런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만이 지금의 슬픔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오히려 일어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았기에 모두가 방심하고 있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에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은 ‘셔틀버스가 어째 위험해 보였어. 무슨 사고가 나지 싶었어’라는 말들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어떠한 실질적인 노력이나 의견개진이 없었던 것을 보아, 이런 생각들의 대부분은 착각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그 때서야 마치 자신은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착각을 사후예견편향(hindsight bias)이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셔틀버스를 볼 때도, 탈 때도 별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을 때면, 그 운행 횟수를 늘리고 운행 간격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 모두 셔틀버스의 편안함에 빠져, 그 편안함을 얻기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우리가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를 지불하거나 감수하고 있다는, 이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어떤 위험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를 그리 잘 반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용성 방략(availability heuristic)을 사용하기에, 사람들의 위험성 판단은 위험을 내포한 정보가 얼마나 머리에 쉽고 빠르게 떠오르는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실제 확률 상으로는 비행기 여행보다 자동차 여행에서의 사고율과 사망률이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위험성 지각은 정반대로 일어난다. 비행기 사고에 대한 기억과 정보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만, 자동차사고에 대한 그것들은 별로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9.11테러가 일어난 직후에, 모든 사람들은 비행기 여행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뉴욕으로의 비행기 여행은 더욱 더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은 해외여행을 취소하거나 특히 뉴욕으로의 여행을 한 동안 꺼렸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이 여행을 포기하고 남아있었던 서울에서 그들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은 훨씬 더 높았다.
아마 그 비극적 사고 이전에 교내셔틀버스를 봤을 때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편안함, 효율성, 때로는 기다리는 지루함과 짜증이 떠올랐을 것이다. 지금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이제는 그 셔틀버스를 볼 때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슬픔, 위험, 조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리고 한 동안은 매우 안전하다. 하지만 이것도 아마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편안함, 효율성, 지루함과 짜증이 떠오를 것이다. 이 때는 다시 위험해진 것이다. 위험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는 모두가 조심하니 제일 안전하지만, 더 이상 위험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다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 순간에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한번 돌아보자.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해 아무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허태균 문과대 교수 심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