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크고 넓은 산이라 등산하기 쉽지 않다는 말들을 등산하기 전에 들어서 일까나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었다. 이번 여행의 메인 콘텐츠인 천왕봉 완등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마음먹고 산을 탔다. 여행의 주제인 나를 사랑하는 법이 나에게 굉장히 필요한 화두였다고 생각이 들어 온 마음을 이 화두에 집중하였다. 등산을 시작하기 전 현곡께서 다른사람의 발, 페이스를 쫓아가지 말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지리산을 즐기라고 하셨기에 평소였으면 뭉쳐 올라갔겠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되더라도 내 걸음에 맞추어 올라갔다. 처음부터 신나서 빠르게 가지 않고 천천히 올라갔다. 산을 올라갈 때 지리산이라는 대자연이자 선생님께 품고있던 풀리지 않는 물음들을 물으며 올라갔다.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했다. 로터리 대피소에서 꽤 긴 휴식을 취하던중 현곡께 전화가 왔다.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서 천왕봉을 지나 장터목으로 내려오지 못 할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천왕봉을 목표로 두고 있었기에 안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미 지친 몸을 끌고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로터리에서 휴식할 때 이미 여기서 더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 먼 곳까지 찾아 왔는데 안갈수는 없다는 마음이 컷기에 계속 올라갔다. 로터리까지 갈때는 나를 재촉하지도 않았고 고요하게 편안한 상태로 올라 갔는데. 천왕봉을 목표로 둔 시점부터 산을 즐기는 것이 아닌 그저 정상만을 보고 갔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도 않던 오르막길이 끝나고 천왕봉에 도착해 사진촬영과 함께 달콤한 휴식과 점심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아드레날린이 전부 사라질 쯤 내려가는게 걱정되었다. 체력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니 빠르게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해도 점점지고 더욱 서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원래의 나였다면 무리한 나를 탓하고 짜증내면서 시험에 들었겠지만 이번에는 왠일인지 그 힘든상태의 내가 받아들여졌다. 내가 나를 이해해주었다 끝까지 올라가겠다는 나의 선택을 존중했고, 정상만 보고 간 나를 나무라지도 않았고, 무리해서 올라가 힘든 나를 받아 들였다.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잠시 느낄 수 있었다. 등산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지치고 힘든 몸으로 어떻게 이틀을 더 여행하지? 할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틀을 무사히 보냈고 오랬동안 잊고 있었던 무판단, 무계획을 일께워 주기 위한 선생님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무판단, 무계획, 나를 사랑하는 법 다시 한번 새기고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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