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에서 생활지기로 하룻밤 잤다.
논에 들렀다 배움터를 가려고 준비하는데 옆방에서 재민이와 선민이의 이야기소리가 들렸다.
노크하고 가서 보니 둘이 열심히 무언가 읽고 적고 있었다.
숙제를 미리 하고 가겠다며 무척 열심이었다.
작은집에서 나와 걸어서 논으로 갔다. 논두렁을 빙둘러 한 번 밟고 다시 작은집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가서 운전해서 배움터로 들어갔다. 일꾼들과 아침열기를 함께 하는 시간. 참 귀하고 중요한 시간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걷는 길이 시원하다. 천지동무들이 몽돌이, 공드리, 복실이를 데리고 나왔다.
노월마을회관까지 같이 걷고 이 사람은 5,6들과 침묵과 더불어 걸어서 배움터로 들어왔다. 오늘 태율이의 짝은 은지가 맡아주었다. 참 고맙다.
5~8학년이 모두 같이 아침열기를 하는 시간이다.
오늘은 6.25 날이다. 74년 전의 상처.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는 먼옛날, 먼나라 일처럼 낯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는 지금도 상존하기에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소원'과 '터'를 같이 불렀다. 선민이가 반주를 해주어서 수월하게 부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해가 잘 안되는듯한 표정이었지만 무척 진지하게 같이 불렀다. 고맙다.
아침열기후에 5~8학년들은 살림방에서 오하이오와 질문과 답하기 시간을 가지고, 저학년들은 할머니 옛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이에 민들레는 눈이 아픈 관율이를 데리고 보건소를 갔다.
11시반경 서울의 '밝은누리공동체'원 네 분이 우리 배움터를 찾아왔다. 우리 배움터의 밥모심 문화가 궁금해서 서울에서 ktx를 타고 왔단다. 2시 반에는 다시 나가야 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12시 밥모심 시간 전에 잠깐의 틈을 내어 논이 보고 싶다고 해서 배움터 논에 같이 다녀왔다. 경북 상주에 '밝은 누리 공동체'와 교류하는 농부님 논에 최근에 다녀왔는데, 이곳이 확실히 남쪽이라서 그런가 벼의 색깔이 진하고 키도 많이 컸다고 한다.
12시 밥모심시간에 맞춰 들어와서 함께 밥모심을 하였다. 밥모심 후에 풍경소리방으로 장소를 옮겨서 배움터 공양주인 해리와 함께 자리해서 밥모심과 공동체 마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유하는 것들이 많아서 무척 놀랐고 배울 점도 많았다.
중간에 신발을 도둑 맞았다며 우는 서준이를 달랠 일이 생겨서 자리를 잠시 비웠는데 해리가 있어서 서로 좋은 대화를 나눈 듯 싶다.
손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본래 천지인들과 함께 하는 밥상공부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셋이서 스스로 감자전을 만들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도 드리고 일꾼들과도 나누어주었다. 참 고맙다.
손님들이 돌아갈 때 배움터 상추, 고추, 감자를 싸서 드렸는데 기뻐하는 마음이 다 보였다.
이제, 하루 마무리 시간이다. 5,6학년들의 리코더 연주로 마무리 시간을 열었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옹달샘, 할아버지의 시계 등. 악기를 연주하고 들을 수 있는 것 참 멋진 일이다.
동무들이 버스타고 돌아가고 잠시 쉼을 가진 후, 일꾼들과 하루 마무리, 그리고 민들레와 학교살림 모임을 가졌다.
두 사람이 속도감 있게 진행하여 5시반에 모임을 마쳤다.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 설문에 답하는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저녁밥모심 종소리가 울렸다. 하던 것을 멈추고 말씀과 밥의 집으로 가서 천지, 도서관 일꾼들과 밥모심을 하였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밥모심을 마치고 다시 하늘친구방으로 가서 컴퓨터 작업을 하려 했는데 마우스가 먹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컴퓨터를 켜두고 밥모심하고 온 것이 화근인듯 싶다. 결국 포기하고 배움터를 나왔다. 다음날 다시 하면 되지.
들썩댔지만 그럼에도 평온한 하루, 그저 고맙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