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음질 ‘한 번 더’의 행운
1995년 국내에 개봉되었던 <허드서커 대리인>이라는 코미디영화가 있습니다. 며칠 전 이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볼 때는 유독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독차지하려고 온갖 술수를 부리던 이 회사의 이사 머스버거의 단골 양복점 주인이 등장하는 신이었지요.
머스버거가 맞춘 양복바지의 허리 부분을 제작하다가 문득 그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이만하면 다 됐나? 아니야, 한 번만 박음질하라고 그랬지만 그래도 그분이 늘 내게 잘해주셨으니 이왕 면 한 번 더 단단하게 이중으로 박음질을 해드려야지.’
그런데 이 한 번 더한 박음질이 영화에서 머스버거의 목숨을 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수로 빌딩에서 떨어질 뻔한 머스버거를 허수아비 회장 노빌 반스가 바지를 잡아 간신히 구하는 장면에서, 이때 바지 허리 부분이 조금씩 찢어지며 위기를 맞습니다. 한 번만 박음질해도 된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떠올리며 이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바지는 더 이상 찢어지지 않았고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악역 중에 악역이었던 머스버거에게도 감독이 이런 행운을 부여한 건 관객들에게 한 가지 희망을 남겨놓으려고 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죄를 지으며 살아가지만, 하느님은 우리 죄를 계산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베푼 사랑을 먼저 헤아리신다는 희망 말입니다.
단 한 번의 선하거나 의로운 일이 어쩌면 우리를 죽음에서 구하는 하느님의 단단한 박음질일 수 있음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길을 나섭니다.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