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외종(고종사촌, 외사촌) 11명 기차여행
사람의 한 평생 삶을 살펴 보면 끊임없이사람과 사람 사이를 끈으로 연결하고 허물어 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인연의 끈에 의해 태어나고, 그 끈에 의해 관계를 맺고, 그 끈에 의해 관계를 넓혀간다.
좋은 끈은 좋은 인맥을 만들고, 좋은 인연을 만들고, 좋은 사랑을 만든다.
끈은 생명체와 같다.
자주 손질하고, 물을주고, 거름을 주고, 어루만지고, 정성을 기울이면 생명이 길어지고 무관심하고 팽개쳐 두면 느슨해 졌다가 결국 끊어진다.
인연의 끈은 두 종류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인연의 끈과 계약으로 맺어진 인연의 끈이 그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인연의 끈은 끊으려 해도 끊기가 어렵다. 바쁜 삶으로 인해 설령 느슨해 졌더라도 쉽게 복원이 된다.
계약에 의해 맺어진 인연의 끈은 손익에 의해 쉽게 느슨해지기도 하고 팽팽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 추억의 시간을 쌓으면 쌓을수록 행복의 지수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인연의 끈을 잘 이어가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행복이 오고,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위로를 받고,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고민의 해답을 찾게 된다.
사람의 삶은 어느 의미에서 보면 짧은 기차 여행과도 같다.
기차 여행 중에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내 옆자리의 승객과 끈으로 인연을 맺어 어떤 구간에는 눈물겹도록 사랑을 하기도 하고, 어떤 구간에는 아프도록 울기도 하고, 어떤 구간에는 힘을 합쳐 파도를 헤쳐 나간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역에서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하차 하는 것이 인생열차다.
오늘 나의 내외종 부부 11명이 순천으로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12명이 예약했는데 도중에 우리 집사람이 손녀를 돌봐야 할 사정이 생겨서 11명이 참여했다.
방문한 곳은 송광사, 낙안 읍성, 순천 국가정원이다. 기차는 진주 역에서 8시 39분에 출발하여 순천으로 가는 기차를 탔고, 돌아올 때는 순천에서 오후 5시 20분에 출발하여 진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는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오늘은 여행의 날씨로는 최고였다. 화창한 날씨에 바람도 없이 포근하고 차량을 운행하는 길가에 만발한 벚꽃이 우리들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문화재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송광사와 낙안읍성을 관광하고, 국가 정원은 우리 일행끼리 관람을 하다가 시간을 맞춰 택시를 타고 순천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나간 시간을 회상해 보면 우리 내외종 간에는 고모님이 인연의 끈 중심인물이다. 고모님은 딸만 다섯을 두셨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그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는 전무한 시대다. 고모님께서 쇠약해 져서 몸져누워 지낸 세월이 오래였는데 동생들이 집에서 모시면서 직접 병 간호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아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딸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것이 통례였다. 그런데도 정성을 다해 부양했다. 딸은 부모이니 그렇다고 여기더라도 사위로서 정성스럽게 간호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는데 존경스럽게도 고종매제들은 그렇게 했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나이기에 그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우리 내외종들이 여름철에 1박 2일 피서도 가고 가끔 모여 담소도 나누었는데 형제간에 유고가 생겨 자연적으로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 몇 년 만에 그러한 기회를 가진 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인연의 끈이 어떤 것이고, 형제자매가 어떤 것인가를 증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말이 없어도 눈빛으로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가슴 따뜻한 하루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나이가 들어가니 다들 건강이 좋지 못해 보이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