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 오작동에 ‘놀란 가슴’, 소방 인력도 낭비
대학 기숙사서 잠옷 바람에 대피소동…면 단위 소방서도 “연 100회 이상”
화재경보기의 잦은 오작동으로 시민들은 물론, 소방인력의 행정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 새벽 1시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교 기숙사 건물에서 비상경보와 함께 “화재가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잠들어있던 학생들은 잠옷 바람으로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모(23·여)씨는 “자고 있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옆방 사생들을 따라 계단으로 대피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에서도 오피스텔 건물에 화재 경보가 울려 소방차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중랑구 소방서 소속 정모(46) 소방위는 "이날 오전 11시쯤 망우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의 전 층에서 경보기가 울려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결과적으로 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으로 나타나 소방서로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은 전국적으로 주민들에게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지만 소방차 긴급 출동이라는 소방행정인력 낭비라는 무시하기 힘든 손실을 낳고 있다. 일례로, 경기주택도시공사가 내놓은 임대아파트 화재경보기 오작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31개 임대아파트 31곳중 6곳에서 지난 22년부터 지속적으로 경보기 오작동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경우는 2, 3일에 한번 꼴로 발생한 곳도 있었다.
이런 화재경보기 오작동 사고는 소규모 지역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옥천면 소방서 이모(50) 소방위는 "우리 지역에서도 경보기 오작동으로 잘못 출동하는 일이 1년에 100건 이상이 될 정도로 잦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새벽 1시경 한림대학교 기숙사 2층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화재 경보에 놀란 학생들이 잠옷 차림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 소방위에 따르면, 경보 오작동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자연적 요인으로 높은 습도로 인한 기계의 오작동이다. 두 번째는 기계적 요인인데 기기의 노후화로 인해 감지기가 오작동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인위적 요인이다. 의도적으로 발신기를 누르는 등 불법적인 기기의 오작동에 따른 것이다.
화재 경보기 오작동 상황이 발생하면, 다수의 인원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인파가 몰려 또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오작동이 반복되면 안전 불감증이 생길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소방관의 출동으로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정말 필요한 곳에 출동이 늦어지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소방위는 “'오보 방지 장치'와 같은 소방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전문가의 시설 점검이 필요하고, 특히 기숙사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안전관리자의 상주를 의무화하고 학생들이 실질적인 대처 능력을 갖추도록 정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수 대학생기자
첫댓글 옥천면이 강원도인지 경기도인지 기사에 표시해주고 오늘(11/27)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