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비로 '걷기명상을 어떻게 하지?' 하는 쓸잘데기 없는 생각이 올라올 때 쯤, '그 때 가서 고민하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천지 아침밥상차림을 돕고 있을 때, 한 동무가 "이런 날이면 걷기는 안 하는 거죠?" 라는 말에 "그 때 가서 보자." 라고 말했지요.
아침 나누기를 마치고 어린동무들을 맞이하러 나서는데 정말 비님이 딱 멈춥니다.
이럴수가????
역시 하늘은 오늘도 빈 틈이 없으시네요. ㅋ.
후덥지근한 날씨 덕으로 어린동무들이 땀을 많이 흘립니다.
걷는 도중에 물을 달라고 하지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흔쾌히 내어주는 동무가 있고 망설임 끝에 내어주는 동무가 있습니다.
오늘은 유화가 망설임 끝에 자신의 물병을 내어주는데 조건을 겁니다.
"입 대고 먹지마!"
하.하.하.하.
재민이 형이 입을 대고 먹자 다시 뚜껑을 열어 손으로 닦습니다.
이어 선민이 누나가 물을 달라고 하자 다시 조건을 걸지요.
"입 대고 먹지마!"
선민이 누나가 입을 대고 먹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뚜껑을 닫습니다.
정말 많이 컸네요.
이제는 내 것을 나눌 줄도 압니다.
철봉 매달리기를 하고 교실에 들어서니 벌써 시간이 지나가 있네요. 아침열기 도중에 할머니가 오셔서 급하게 마무리합니다.
할머니와 사진 한 장 찍고 공양간에 들어서서 해리와 어제 수확한 작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이야기 하고 상추를 씻고 피망, 오이, 고추를 씻어 내놉니다.
어린동무들에게 피망 맛을 보이고 고추 맛도 보입니다.
이제는 더 달라고 하네요.
고맙습니다.
신난다가족은 오하이오와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은 배움터 전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하네요.
한. 시.
순례자들을 위한 기도모임입니다.
오늘은 유화도 참여하네요. 할머니의 '하찮은 바람'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찮은 바람'이어도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아보니 어느새 연금술사로 변해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어린동무들은 대부분이 순례자가 안 아프고 건강하게 돌아오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전합니다. 우리의 바람을 담아 빛 보냅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오후수업은 리코더와 형태그리기, 밥상공부입니다.
리코더 시간에는 늘 은지언니가 함께 하지요.
오늘 아침에는 은지언니가 민들레가족 동무들을 데리고 앞장 서서 걸었지요. 뒤에서 민들레와 테율이가 따라 걷는데 태율이도 한 줄로 서서 잘 걸어서 깜짝 놀랐지요.
은지언니, 늘 고마워요.
공양간에서는 알이 작은 감자와 어제 딴 꽈리 고추로 알감자 조림을 하네요.
우리가 키운 작물로 요리하여 한 끼의 식사를 잘 모시는 것, 그 자체가 항상 감탄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가족은 관율이가 오지않아 할아버지가 머물고 있는 보리밥집으로 갑니다.
할아버지에게 질문할 것들도 생각하면서 갔네요.
가자마자 할아버지 곁에 서로 앉으려고 하네요.
궁금한 것도 질문하고(대부분은 맞춰 봐~~~입니다. 예를 들어 유화 아빠와 할아버지가 달리기 하면 누가 이겨요?) 과자도 먹고 할아버지와 팔씨름도 하면서 놀다가 돌아왔습니다.
어린동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일꾼들은 마무리 시간을 미리 갖고 학교 일꾼들은 '살림이야기'를, 도서관 일꾼들은 '길 위의 인문학'을 준비합니다.
이번 '길 위의 인문학'은 빠지지 않고 참여해보리라 저와 약속했지요.
한 번 잘 지켜보려 합니다.
오늘도 잘 살았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는 사랑어린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