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둘레길에서 옛날 친구를 만났다. 거의 삼 년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주 초췌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팔에 깁스까지 한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날씬했던 그녀의 몸에 살이 붙어 딴사람 같았다. 뜨악한 표정을 짓는 내게 그녀의 하소연이 시작되었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졌노라 했다. 뼈가 가루처럼 부서진 데다 신경을 다쳐 2개월간 꼼짝 않고 누워있었단다. 6개월이 다 되었는데도 신경 손상 때문에 아직 손가락이 제 기능을 못 한단다. 더 두려운 건 뼈가 제대로 붙지 않으면 인공관절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상만으로도 그녀의 답답함과 두려움이 전해졌다. 심한 운동을 할 수 없어 걷기를 시작했노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예기치 못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실감했다.
그녀와는 삼년 전까지 주민센터에서 같이 운동을 한 사이다. 저녁 8시 에어로빅 프로그램이었다. 집에서 나오기 싫은 시간이지만 회원들은 대부분 운동을 오래 했고 열성적이었다. 종일 일을 하고도 저녁에 팡팡 뛰었을 만큼 모이면 활력이 넘치던 때였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로 중단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물론 몇 개월 전부터는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나는 등록하지 않았다. 걷고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된다는 걸 터득한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때 몸무게를 10kg이나 감량했을 만큼 의지도 강한 사람이었다. 말도, 행동도 거칠 것이 없을 만큼 용감했다. 하지만 사고는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버린 것 같았다.
살아가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처럼 생각지 못한 사고에 온몸이 꽁꽁 묶여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오늘도 삶을 긴장하게 만든다. 존재의 미약함이다. 그런데도 끝없이 나아가고 걸어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 위험에 무릎을 꿇지 않고 건너뛰려면 돌다리도 두드리듯,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사고가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