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도 번역이 되나요?
그동안 글에만 국한된 것인 줄 알았던 번역에 대해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악보도 번역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악보를 점자로 번역하는 사람, 바로 ‘음악 점역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분들의 번역 작업을 들여다보면서 묘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악보는 글보다 더 복잡하고 더 섬세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소가 참 많기 때문이지요.
음표, 음계, 연주 방법을 나타내는 특수 부호까지 무려 200개가 넘는 음악 기호를 단 6개의 점으로 일일이 손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열 장 정도 되는 악보를 점자로 옮기는 데에는 2주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음악 점역사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이렇게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음악 교정사’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되었는지, 잘못된 곳은 없는 지 꼼꼼하게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하얀 종이 위에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점들로 만들어진 점자 악보. 점 하나하나가 사랑으로 완성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가 펼쳐집니다.
문득 잊고 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으로 시각장애 인들을 위해 연극 대본을 녹음하던, 실제 공연보다 더 떨리고, 더 기쁘고 행복했던 그 시간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에 다시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음악 점역사들을 보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고 온몸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겐 간절히 필요한, 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우리 함께 할까요?
지친 그대를 위로해 주는 건
그저 한 뼘의 사랑으로 충분한 것을요.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