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와사람 축제의 한 마당
<시와사람시학회> 동인지 『별을 따라 나섰다』 시목 3호 출판기념회 및 신인상 시상식
허문정
남녘의 초겨울 치고는 꽤 추운 날씨였다. 마침 첫눈마저 내렸다. 무등산 정상에는 은빛 상고대가 아름답고도 신비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테이블에 꽃 장식을 하고 와인 잔을 닦으면서도 행여 회원들의 발걸음이 뜸할까 염려스러웠는데 기우였고 노파심이었다. 전국각지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했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대전, 광양, 무안, 무주, 거창… 전국에서 한 걸음에 달려오신 시와사람시학회 회원님들, 축하해주려고 동행한 신인상 수상자 가족들. 자리는 만석이었다.
무등산자락에 자리한 <우리 집>. 작년에도 이곳에서 행사를 했으니 찾아오는 발길은 좀 수월했을까. 12월 8일 오후 1시 반쯤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바지런한 손길에 의해 12명의 회원들 시화족자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백혜옥 회원의 붓길이 닿은 시화족자여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다. 전면에 시와사람 송년 프랭카드를 걸자 한결 행사장 분위기가 드러났다. 흰색의 테이블 위로 붉은 장미와 안개꽃이 활짝 피어나는 가운데 건배용 와인 잔이 드문드문 놓이고 제주도의 이선미 시인이 보내 온 황금향의 상큼한 향기가 행사장 가득 진동하니 고급 연회장 못지않았다. 별을 따라 나서는 우리 동인들의 시가 실린 청보랏빛 표지의 동인지를 들여 놓자 행사준비는 대충 끝이 나는 것 같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연달아 내는 동인지였다. 30명의 시와사람시학회 동인 원고와 강경호, 정윤천, 이승희 초대시인의 소중한 시가 실린 동인지를 펼쳐드니 가슴이 설레고 콩닥거린다. 꽤 두툼하다. 예쁘다. 참 소중하다. 이런저런 감정들이 기쁨되어 미소가 번진다.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시고 그 원고를 수합하여 가다듬고 교정보고, 표지를 정하고, 제목을 정하고, 이 모든 일들이 회원들이 마다않고 힘을 합하고, 강경호·정찬애 발행인님 부부께서 선뜻 지원해 주시니 가능한 일이었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
참석하신 분들이 동인지를 한 권씩 펴들고 한 두 사람씩 자리에 앉기 시작하였다. 행사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1부 행사는 먼저 발행인 강경호 시인의 축하 말씀에 이어 신인상 수상식까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감사보고와 동인지 출간 경과보고, 동인들 인사, 선물전달에 이어 행사기념축하떡케익 촛불을 켰다. 모두의 마음속에 시 잘 쓰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어 보는 자리였다. 이어서 부산의 정선우 시인이 정성들여 만든 <시와사람시학회 발자취>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작년에 이 자리에서 벅찬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오늘 같은 자리에서 지난 1년간의 발자취로 돌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동영상을 보는 동안 시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시 정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였다. 특히 영상 말미에 ‘내가 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가 나를 만든다’는 괴테의 말은 시와 시인에 대한 메타포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는 과연 지금 이 자리에서 시인으로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특히 정윤천 시인은 올해 지리산 문학상을, 이승희 시인은 제 4회 전봉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본인은 물론 시와사람시학회 회원들의 영광이기도 했다.
올해 시집을 상재한 박판석, 허문정, 고경자, 조대현 회원님들께 기념패를 전달하였다. 더욱 정진하여 더욱 좋은 시를 쓰라는 격려와 축하의 의미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신인상 수상자인 김성룡, 조대현, 김병준, 임인택 네 분께 신인상 상패를 전달하고 수상 소감을 들었다. 『시와사람』을 탯줄로 하여 이제 막 발걸음을 떼는 신인들이자 중년을 훌쩍 넘긴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수상소감은 모두를 공감하게 하는 저력이 있었다. 신인상 수상자들께 축하를 드리면서 문자향과 사람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좋은 시, 맑고 밝고 좋은 세상을 꿈꾸는 곡진한 마음들이 시적 진실을 자연스럽게 획득하여 독자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는, 묵직한 울림과 감동이 있는 그런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시를 쓰는 시인과 시인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시 쓴 일에 대한 칭찬과 앞으로 시 쓸 일에 대한 다짐을 하고 서로 축하하고 다독이며 꽃다발을 주고받는 자리가 이어졌다. 흙바람 부는 어두운 벌판에서도 맑은 별빛은 청량하게 빛나고 그 별빛을 좇는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시상식이 끝난 후 1부 마지막 공식 행사인 단체사진 촬영이 있었다.
2부는 식사를 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첫 순서로 미리내 보컬 그룹의 정안 교수가 색소폰 연주를 하고 이겨울 시인이 노래를 불렀다. 이겨울 시인은 이미 광주에서 노래하는 시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오카리나와 기타 연주가 있었는데 기타리스트 이국환 시인은 뒤풀이 시간까지도 우리의 흥을 돋구워 주셨다. 시인은 한국과 라오스를 오가며 자원봉사를 하는 삶을 살고 계시는 분으로 시와 노래와 삶의 일치가 아름다운 분이시다.
다음 순서로 시 낭송이 시작되었다. 본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경은 시인의 문하생들로 이루어진 낭송가분들이 발행인 강경호 시인의 ‘아버지의 의자’와 정윤천 시인의 ‘십만년의 사랑’ 그리고 이승희 시인의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을 차례로 낭송했다. 시 낭송으로 이미 정상에 오르신 분들이라 감동의 전달력이 남달랐다. 잔잔하고 깊이 있는 시들이 낭송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신인상을 받은 조대현 시인의 ‘소금산’은 우리 시학회 동인인 김효비아 시인이 낭송했다. 타고난 맑고 깊은 감성으로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 올려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김성룡 시인의 ‘한 소리 천년’, 김병준 시인의 ‘구멍’, 임인택 시인의 ‘아무르강에서 온 편지’도 시 전문 낭송가들에 의해 낭송되었는데 풍성한 감성과 낭랑하고도 진지한 울림이 더해지니 시가 더욱 진솔하고도 빛났다. 문학행사이니만큼 시낭송으로 인해 행사가 한껏 풍성해 지고 무르익는 기분이었다. 시 낭송가분들은 모두 이경은 시인의 문하생들로 교육현장에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시낭송으로 동고동락해 온 분들이셨다. 시와사람 행사에 기꺼이 찬조출연 해 주신 수고로움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바이다.
2부는 계속되는 시 낭송과 노래로 한판 마음껏 어우러지는 잔치 자리가 되었다. 가장 먼저 취하고 흥이 난 김연안 전 회장님과 이세진 시인님, 두 분의 춤판은 전국노래자랑을 연상시켰는데 박판석 시인까지 합세해 크나 큰 웃음을 선사했다.
무장 해제 되었던 행복한 시간을 뒤로 하고 단체 사진 찍는 것으로 공식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다. 동인지 <별을 따라 걷다>와 이선미 시인이 보내온 황금향 한 가방씩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먼 길 왔다가 차마 발길 못 돌리고 묵어가는 정, 뒤풀이 장소는 행사장과 가까운 근처의 민박집이었다. 정윤천, 장진영, 이세진, 김청수, 김성룡, 정선우, 조남희, 이국환, 서승현, 전숙, 김은아, 허문정 열두 명이 정을 쌓았다. 몇몇은 컵 라면으로 속을 달래고 마른안주에 와인 한 잔, 그리고 이국환 음유시인의 반주에 이어 손뼉치고 노래하며 밤이 이슥하도록 여흥은 이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달관한 듯 노래를 부르는 장진영 시인, 부채와 한지에 그림그리기에 몰입한 김청수 시인, 미쓰 시와사람 칭호를 얻은 조남희 시인의 메들리 열창, 정윤천 시인의 기이한 춤과 따라 추던 서승현 시인, 신인의 임무를 다하듯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성룡 시인, 넉넉한 가슴으로 꼼꼼히 회원들을 챙기는 전숙 시인, 싫은 내색 없이 살림을 맡아 하는 김은아 총무, 이국환 기타리스트와 함께 지칠줄 모르는 메들리 열창은 끝날 줄 몰랐다.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참으로 든든하고 이 넘치는 끼가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리라. 푸른 젊음을 유지하는 영혼들이 마냥 부러웠다. 늦은 밤, 밖으로 나가자는 장진영 시인의 희망사항은 콜 택시가 오지 않아 무산되었다,
이튿날, 뷔페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는데 뜨끈한 된장국이 일품이었고 카푸치노도 감미로웠다. 조식을 끝낸 후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일부는 무등산 자락을 산책하고 일부는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등산에 오른 시인들은 아름드리 편백나무를 안고 사진을 찍었던데 나무의 기를 한껏 받았으리라 여긴다.
시학회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해 주신 고마운 마음과 실천이 바탕이 되고 <시와사람>의 발행인 두 분의 협조가 있었기에 더욱 빛났던 행사, 뿌듯하고 가슴 훈훈해져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시와사람>이라는 공통의 뿌리에서 움을 틔우고, 가지를 뻗고, 튼실한 시의 나무, 시의 숲으로 어우러지는 <시와사람시학회>를 그려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서로 보듬고 함께 손잡고 시의 나무, 시의 숲을 이루어 가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귀한 인연의 완성이라면 그 인연 참으로 그윽하고 아름답지 아니한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본 것은 모두가 이슬 같고 보석 같은 귀한 인연들이기 때문이다. <시와사람시학회>의 앞날이 환하고 밝다.
시와사람, 201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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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행사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달이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위의 글을 읽으니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다시 몇 달이 후딱 지나고 나면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게 될 연말이 될텐데
모두 모두 기쁜 마음으로 만나게 될 시간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