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 최원집
새벽이면 한의원에 따끈한 조간신문이 배달된다.
아침 일찍 환경미화원들과 청소차가 밤새 쌓인 쓰레기를 치워간다.
노란봉투 가득담긴 음식물쓰레기들은 음식쓰레기차가 정리한다.
매일 누군가가 땀 흘려 만들고 유통시킨 음식을 먹고산다.
몸에 걸치고 나가는 옷들은 모두 어느 누군가의 손길을 거친 것이다.
잠자고 거주하는 집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애써서 지어진 것이다.
폐지줍기, 봉제공장, 미싱, 식당설걷이, 요양보호, 버스운전, 사다리차 등등
일산에 비해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분들의 직업들은 다양하고 삶은 고단하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기가 팍팍한 분들이기에 운동하라는 말을 전하기가 조심스럽다.
누군가 닦은 길을 걷고, 누군가 지은 집과 사무실을 쓰고,
누군가 만든 전기와 통신을 쓰고, 누군가 수없이 돕는 손길 속에 산다.
그러고 보면 삶이 통째로 “덕분에” 사는 인생인 셈이다.
한의원은 환자분들 덕분에 먹고살고
식당들은 배고픈 분들 덕분에 먹고살고
술집들은 취객들 덕분에 먹고산다.
인생과 사람에 대한 관점이 “덕분에”로 바뀌게 되면 감사가 생겨난다.
나를 찾아오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선대(善對)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낮고 천한 일들을 하는 사람일수록 그분들 덕분에 내가 편하게 사는 까닭이다.
의정부도 금오동 민락동 같은 곳은 신도시처럼 빽빽한 아파트촌이다.
내가 사는 녹양동은 구도심이라 빌라, 다세대, 아파트, 상가 등이 혼재한다.
그만큼 형편이 녹녹치 않은 분들이 많이 모여살고 힘겨운 일들을 하고 산다.
일산에서 근무할 때 보다 환자들의 태도나 반응이 좀 다르다.
조금만 신경써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아픈 곳 만져주면 고마움이 남다르다.
뭐랄까 순박하고 잘 믿어주고 까다롭게 의사를 재고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그분들 “덕분에” 내가 살듯이, 나의 일도 그들에게 “덕분에”가 될 것이다.
삶과 인생이 이렇게 대부분 남들의 도움으로 살아진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웃을 향한 마음과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예수께서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나 보다.
2018.2.14.(수)
첫댓글 덕분에 따뜻해져서 갑니다..
감사합니다 ~
덕분에~~덕분에~~~
책을 내어도 되겠습니다.
책속의 삽화도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겠는데요
철수형님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