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광장의 벤치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알 안경과 낡은 회색 양복 차림으로
가느다란 잎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다
그리고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아니 그냥 손짓을 해 보인다
그를 쳐다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마치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
마치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걸음을 재촉하며 지나쳐야 한다
혹 당신이 그를 쳐다본다면
혹 당신이 그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그가 당신에게 손짓을 할 터이니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쳐다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담하게 괴로워지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은 미소로 웃음 짓고
미소를 지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담해지고
고통이 더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 한 채 앉아만 있다
바로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거기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저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저 행인들처럼
조용히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저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ㅡ 자크 프레베르 (프랑스, 1900~1977)는 시인이자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샹송 " 고엽 " 으로 유명하다.
프레베르 , 프랑스어로 "프레" 는 "초원" 이고 " 베르" 는 " 초록" 이란 뜻이다.
1977년 노르망디 지방의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그의 아내 쟈닌느가 지켜보는데 영면한 "파리의 시인" 이다
첫댓글 알면... 떨치고 일어나야 하는데...
수렁은 움직일 때마다 더 깊은 곳으로 끌어가니
움직이지도 못하고
애초에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하는데
안타까운 현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