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전문>
서울의 명동에 위치한 어느 주점에서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자주 모이던 시절, 외상값을 갚지 못해 술을 줄 수 없다는 주인의 말에 박인환은 급하게 이 시를 썼다.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시던 작곡가 이진섭에게 작곡을 부탁하고,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가수 현인을 불러 노래를 부르게 해서 탄생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는 작품이다.
중요한 것은 시의 내용이 술집 주인의 옛사랑에 얽힌 말을 기억해서 만들었다는 것.
당시 이들이 드나들던 ‘은성주점’은 탤런트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던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생계를 위해 가게를 열었는데, 당시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 노래를 들은 주점의 주인은 외상값을 주지 않아도 되니, 이 노래만은 제발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후에 박인희의 앨범에 실려 잘 알려진 노래로 인해, 박인환의 이 시도 유명해졌다.
이 노래 역시 자세히 분석하기보다는 박인희의 노래를 링크해서 듣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차니)
노래 듣기 : https://youtu.be/25oXoRon05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