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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고도화하면서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에 따라 절대적 빈곤의 문제는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상대적 빈곤이 최근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분명 과거에 비해 수입은 늘어났지만, 예전보다 현재가 더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도대체 ‘부(富)’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분투하지만, 실제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어쩌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생각만이 아닌 실천에 달려있고, 남들을 따라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부 혹은 부자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빅히스토리’란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살핀다는 의미이고, 여기에 ‘부(富)’가 덧붙여져 이 책의 성격이 경제사를 다룬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적인 상황만 보더라도 분명 과거보다 경제적 환경은 개선되었지만, 그래서 지금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사람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좋은 경제적 환경에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잇다고 진단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부’를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특히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제시된 이론들은 대체로 일반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들어맞지 않는 케이스가 다양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잇다고 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이책은 인류의 역사적 흐름에서 ‘부’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다양한 상황을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부의 축적에 대해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연적으로 논의의 중심은 유럽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산업혁명’으로 인해 본격적인 자본주의적 생산 체제가 가능한 조건을 형성했고, 식민지 개척과 무역으로 인해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경제적 잉여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의 축적은 다른 이들의 노동력 혹은 경제를 ‘착취’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자 역시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21세기에 접어든 오늘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지구상에서 대략 10억명의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데, ‘부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실상 사회 현상은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설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류의 경제사를 조망하는 작업 역시 그렇다고 할 터인데, 저자들은 그러한 점을 인식하고 가능한 모든 연구 결과들을 수용하여 그 ‘현상’을 설명하겠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즉 ‘부유해지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부의 축적이 하나의 요인이 아닌, 매우 다양한 조건들로 인해서 설명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각 나라가 처한 지리적 조건이 그 가운데 하나이고, 여기에 다양한 제도와 문화는 물론이고 인구와 식민주의의 유산가지도 그와 연관되어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경제사 혹은 경제 이론들은 그 가운데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를 전개했기에, 부분적으로 타당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설명하기 힘든 점이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바로 그런 점을 분명하고 인식하고 있기에, 저자들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적절하게 연관시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잇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국가의 사례들을 검토하여, ‘선도와 추격의 역사, 그리고 성장과 빈곤의 미래’라는 2부를 통해서 세계 각국의 경제적 상황을 조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분명 다양한 요인들을 포함한 종합적 관점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은 나름대로 ‘세계 경제사’를 적절하게 요약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 역시 개별 국가의 특수한 사례를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사회과학 연구가 가지고 있는 분명한 한계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한국어 번역본을 내면서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서, 나름대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음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가 보는 입장에서, 이러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이 역시 ‘빅 히스토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한 탓이라고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부의 축적’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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