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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소진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1990년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자신의 글쓰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고, 평소 국어사전을 가까이 두고 글쓰기에 자주 참고하였던 작가의 경험을 자랑스럽게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병으로 인해 34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작품 활동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영원히 멈추게 되었다. 김소진이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할 때 잡지와 단행본 등을 통해서 발표된 그의 소설을 나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이제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작가에 대한 아련한 상념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창작동화인 이 작품은 그의 사후에 출간된 전집에도 빠져 있는데, 다방면에 걸친 김소진의 문학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태형이라는 열한 살의 인물을 등장시켜, 청소년 시절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꿈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형상화된 작품이다. 저자는 작품에 굳이 ‘열한 살’의 인물을 등장시킨 이유를, “제가 바로 열한 살 때, 바다를 보기 위해 하루 동안의 가출을 감행한 문제아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시절 저자가 생각했던 ‘바다 너머 어디엔가에 평화롭고, 더군다나 재미있는 일만 일어나는 아늑한 천지가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작가는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태형이라는 인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를 던지고 있다고 이해된다.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태형이를 작자는 ‘어린 나그네’로 표현하며, 동화의 독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이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어린 왕자’의 내용이 연상되는가 하면,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이 저자의 관점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꿈과 현실’을 엇섞어 형상화하는가 하면, ‘봉덕각시’라는 모티프를 통해 분단 체제에서 이산가족으로 살아가는 아픔을 절실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운 동방’이라는 이미지는 기독교의 모티프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작품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작자 자신의 청소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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