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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인간의 내면 정신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행동을 파악하여 그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의 이론은 이렇듯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상태를 일반화시켜 규정하고 있기에, 간혹 각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진단을 했다고 할지라도, 그에 맞는 처방이 적절하지 않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의 이론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처방과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임상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심리적인 처방을 일컬어 ‘적정 심리학’이라고 규정하고, ‘전문가들의 심리학이 아닌 적정 심리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겪었던 ‘여러 형태의 국가 폭력 희생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 현장에선 심리치유 관련 전문가 자격증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결정적인 위로’가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전문가는 현장에서 ‘사람’보다는 ‘환자’로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상대의 입장에 공감하기보다는 먼저 처방전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 자신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주기 어려운 자신의 끔찍한 고통에 집중하고 깊이 이해하고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을 인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진료실이 아닌 현장에서 ‘환자’가 아닌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의 시선과 태도’임을 절감했다고 한다. <당신이 옳다>라는 책의 제목은 그러한 현장에서 느낀 저자의 깨달음의 결과이며, 그러한 자세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할 수 잇을 때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흥미로웠던 것은 ‘읽는 이에게’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역시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자 남편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아내인 저자를 ‘연인이고 같은 일을 하는 도반이었으며 서로에게 스승이었고 특별하게는 전우’라고 여기는 남편이 있었기에, 저자 역시 이러한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에게 ‘충고와 조언, 평가와 판단(즉 충조평판)’을 내려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저자는 대화에서 상대방에 대한 ‘충조평판’을 하지 않는다면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상 ‘충조평판’의 이면에는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이 건넬 말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진단과 처방’에 앞서 먼저 상대방을 말을 들어주고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공감의 능력이 ‘약물치료보다 더 빠르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저자가 주장하는 ‘적정심리학의 핵심은 바로 공감’임을 저자가 겪은 사례와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면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진단과 설명을 접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삶의 한복판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의 의미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춘다면, 비록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적정심리학’을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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