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02, 박시백, 휴머니스트, 2005.
‘정도전의 개혁과 왕자의 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2권은, 조선을 건국한 주체인 태조와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정종의 재위 기간을 다루고 있다. 즉 1권이 조선 건국을 위한 예비적인 기록을 토대로 그려냈다면, 2권으로부터 본격적인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다루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우여곡절을 겪고 조선 왕조를 건국하기까지의 내용은 제1장 ‘개국과 역성의 세월’에서 간략하게 제시히고 있으며, 본격적인 내용은 이성계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제2장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항목에서 시작된다고 하겠다.
실상 기존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시기에, 그 주체 세력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비록 혼란스러운 정국이었으나, 기존의 고려왕조에 대한 민중들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의 건국 세력들은 자신들이 축출한 고려를 부정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자 했다. 또한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에서 한양으로의 천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여전히 사대(事大)를 표방하고 있었기에, 명나라의 인정을 받는 절차도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제2장의 ‘제3의 변수, 홍무제’는 당시 명나라의 황제였던 홍무제의 의중에 따라 와조 교체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조선 건국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정도전의 영향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왕권(王權)에 못지않게 신권(臣權)을 강조했던 정도전의 구상은 끝내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이를 둘러싼 당시의 급박한 정치 상황이 그려지고 있다.
어머니가 다른 동생에게 세자의 자리가 돌아가자, 위기를 느낀 이방원이 정도전과 세자 이벙석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하는 ‘왕자의 난’의 과정이 제4장에서 그려지고 있다.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형인 이방과에게 세자의 자리와 왕위를 양보하여, 마침내 ‘임시군주 정종’의 치세가 시작된다. 당시 이방원 못지않게 권력욕이 있던 이방간을 제압하는 ‘2차 왕자의 난’으로 실권을 장악한 이방원에게 위협을 느꼈던 정종은 끝내 이방원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물러나게 된다. 오랜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과정을 거쳐, 이방원이 ‘드디어 왕이 되’는 내용까지가 2권에서 그려지고 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