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은 천지들이 묵는 작은집에서 달날 생활지기로서 저녁과 밤시간을 함께 했다.
새벽에 일어났다.
생활지기방이 말끔하다 오래된 집인데 퀘퀘한 냄새가 전혀 안난다.
습기와 곰팡이의 기운이 있는 배움터 건물, 우리집과는 다르다. 신기했다.
날이 밝자 집 바깥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집 바닥 아랫쪽에 물빠짐 구멍이 있고 바닥에서 마루까지 높이가 꽤나 높다.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지는 집이다. 그 지혜를 현대의 집짓는 이들이 연구하고 계승하면 좋겠다.
일꾼 아침명상자리에 들어가니 민들레, 언연, 댕댕이와 더불어 두더지가 앉아계셨다. 얼마나 반갑던지.
명상을 마치고 일꾼들과 아침열기를 하고 마칠 무렵, 자허집에서 묵으셨던 관옥선생님 내외분이 떠나기 전에 인사하러 오셨다고 자허가 전했다.
도서관에서 선생님 말씀을 듣다가 걷기명상을 하러 서둘러 나왔다. 어제 모자를 말씀과 밥의 집에 두고 와서 들렀다 하우스쪽으로 내려오는데 후마, 구정, 행복이 앉아있는게 보였다. 아침 7시부터 장로님 내외분이 거처하는 집과 두더지집의 더위를 덜어줄 그물망을 지붕에 덮는 일을 하고 한숨 돌리고 있는 중이란다. 참 고맙고 고맙다.
오늘부터 하사정류장에서 동무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저학년 동무들의 상태를 감안하여 걷기 명상길을 변경하였다.
배움터에서 늦게 나와서 동무들을 맞이하러 하사정류장까지는 못가고 중간에 논으로 향했다.
논에 벼들이 잘자라고 있다. 어제 한옥현선생님은 7월말무렵까지 물이 전혀 없이 바닥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두다가 8월초 무렵 이삭이 패기 시작할 때부터는 물을 듬뿍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야 벼 낱알이 잘 맺힌다고 한다.
5~8학년이 한자리에서 아침 열기를 하였다. 선민의 반주에 맞춰 아침 노래를 부르고, 아침을 여는 시, 묵상, 시낭송을 한다. 일정을 나누고 두더지가 오셔서 오늘 오전에 두더지와 질문하고 답하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1~4학년은 할머니 옛이야기 시간을 갖는다. 어린 연령 때에는 책읽어주기보다 아이의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참 좋다고 한다. 우리에게 그런 어른이 계신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침열기를 마치고 말씀과 밥의 집으로 갔다. 지난 주에 삶은 옥수수가 많아서 냉동실에 보관했는데 꺼내서 다시 뎁히려고 왔다. 옥수수를 압력솥에 올리고, 양파를 깠다. 오늘 식단이 카레에 넣을 것이다. 양파를 까고 옥수수도 다 찌고 뒷편으로 나와서 양파들을 살폈다. 콘테이너든 그물에 담긴 것이든 아랫쪽에 있는 것들이 윗쪽 양파 무게에 눌려서 물러버린 것들이 꽤 보여서 정리하였다. 의외로 시간이 걸려서 일부만 정리하였다.
점심밥모심후 밥선생동무들과 함께 공양간 쓰레기 정리를 하였다. 비우고 나니 홀가분하다.
오후시간, 잠시 쉼을 갖고 이따 있을 배움지기 살림모임에 필요한 내용들을 준비하였다.
5~8학년은 한가족모임 때 발표할 리코더연주 연습을 소현의 지도 아래 열심히 하고 있다.
1~4학년은 민들레와 함께 꼴그리기 수업을 했다. 1학기 마지막 시간이라 그동안 배운 것을 잘 습득했는지 칠판에 직접 그려보기를 했다고 한다.
민들레, 구정과 하루 마무리를 하였다. 그리고 민들레와 오붓하게 배움지기 살림 모임을 하였다.
자허는 맨발동무일꾼들을 만나러, 언연과 빛난다, 두더지는 시청분들과 생태칼리지 논의를 하기 위해 밖에 있고 신난다는 내일 9학년들과 들어오기로 하였다.
방학 하는 주, 한 학기 마무리와 짐정리, 공간정리를 잘 해보자 하였다.
고마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