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임영숙
창문을 열었다.
달이 있다
별 하나 없는 밤
달무리가 포근하여 잠을 쫓는다.
가슴이 두근두근
얼굴이 발그레!
달무리가 내 마음 속으로
쑥
들어온다.
당신
누구세요?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순순한 것은 사랑일 겁니다. 사랑은 나 아닌 너를 생각하죠. 이타적입니다.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가슴을 뛰게 하지요. 사랑은 세상을 새롭게 하지요. 가슴 설레는 나날입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죠. 보고 싶어 하죠.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어 하죠. 그러나 쉽지 않지요. 그래서 사랑은 아픔입니다. 사랑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지요. 그래서 확인할 수 없지요. 그러니 더욱 안타깝고 아픕니다. 특히나 사랑하는 그 사람은 모르고 나 혼자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짝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우면서 고통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나’의 존재 의미를 깨닫게 해 줍니다.
임영숙 시인의 시,「짝사랑」을 읽습니다. 짧으면서도 강렬한 시입니다. 첫째 연 “창문을 열었”습니다. ‘창문을 연다’는 것은 ‘마음을 연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요. 즉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밤하늘에는 ‘별 하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오로지 달만 있습니다. 여기서 ‘달’은 바로 사랑하는 그 분을 상징합니다. 별 하나 없는 밤하늘 마음속에 오로지 ‘그 사람’ 생각뿐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달무리가 포근하여 잠을 쫓”습니다. ‘달무리’는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입니다. 시인은 ‘그 사람’ 생각에 젖습니다. 그러면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얼굴이 발그레!”해 지죠. “달무리가 내 마음속으로/쑥/들어”옵니다. 다시 말해 온통 ‘그사람’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 사람’을 모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짝사랑의 아픔이지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 알 수 없다는 것이 짝사랑의 아픔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당신/누구세요?”라고 하면서 아파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아프지만 ‘나’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것이고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오롯이 사랑하는 그 사람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첫댓글 시를 읽을 때는 몰랐는데 교수님 해설을 보면서 문득
영화 늑대와의 춤을 떠올리게 되네요
주인공 케빈 코스트느는 백인 군인이면서 서부 인디안과에 동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듯이
우리도 자연을 보고 동화되어 가면서 나의 존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신에게로 나아가는 희망 또는 이상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나를 향해 당신 누구세요라고 묻게 됩니다..
교수님
고운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
달 빛 마저 선연한 님 그림자
재 너머로 마실갔던 달 님
어둠속으로 조용히 실려오는
님의 향취에
봉긋히 솟아오른 그리움
순간 번쩍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