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인생
유럽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거리 자전거 경주 대회가 열렸을 때의 일입니다. 그 치열한 경기에서 믿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되어 뉴스에 해외 토픽으로 나온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선두 뒤를 바짝 쫓던 선수가 불운하게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때 맨 앞에 있던 선수가 질주를 멈추고 자전거를 돌려 넘어진 선수에게로 다가온 것입니다.
크게 다치진 않았는지 살피고는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준 뒤, 다시 자전거에 오른 그는 상대 선수가 정말 괜찮은지 한동안 뒤를 돌아보며 자전거를 천천히 몰았습니다.
살벌한 대회가 아니라 마치 친한 친구끼리 자전거 여행 을 하는 듯한 의외의 모습을 보고, 승부의 결과에만 집중하던 관중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지요. 마침내 결승선에서 이변 없이 그대로 순위가 결정되었 고, 그 순간 어느 대회에서보다도 큰 감동의 박수가 아낌없이 쏟아졌습니다.
피를 말리는 순간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이 작동되는 것을 목격한 관중들은 누가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를 떠나 이미 두 선수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승패가 중요해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를 갖추어 정정당당하게 운동선수로서 보여주어야 할 정신을 ‘스포츠맨십’이라고 합니다.
승자와 패자의 결정을 강자와 약자의 관점으로 보지않는 아름다운 덕목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반대로 게임의 규칙은 어기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모 욕을 주거나 위협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성향을 ‘게임즈맨십’이라고 합니다.
경기에서 우승한 사람은 단지 역사 속에 한 줄 기록으로 남겠지만, 아름다운 경기를 한 사람은 승패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선한 영향력으로 마음에 남습니다.
종종 우리들 인생이 일등만 기억하는 비정한 게임과도 같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겁한 방식으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현실적으로 옳은 거라고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주신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인정받는 게임입니다. 게임즈맨십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고독과 고통뿐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인생만큼 달콤한 게임도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