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잡기
12월 5일 밤
아내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식탁에 앉아 우연히 냉장고를 바라본다.
냉장고가 돈다. 다시 이곳저곳 둘러본다. 보이는 것마다 왼쪽으로 돈다.
그럴 리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좀 비틀거린다.
이상하네! 왜 이러지?
아내가 놀라 말한다.
안 좋으면 안마기에서 안마해 보세요.
안마기에 앉는다.
속이 미싱거린다.
여보 소채환 하나 줘봐요.
소체환을 먹는다.
아마 급체인 모양이야.
속이 뒤틀린다. 구토 증세다.
허겁지겁 화장싱 문을 연다.
벼락치듯 토한다. 또 토한다.
아내가 놀라 등을 두드린다.
구토는 계속된다.
매실 액기스를 청한다. 두어번 더 마신다. 이제는 먹은 물까지 토한다.
화장실을 자주 비우면서도 아내에게 미안하다.
아내는 여전히 내 등 뒤를 맛사지 한다.
좀 잠잠하다.
따뜻한 침대에 누운다.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새벽에 잠이 깬다.
일어나 앉아 본다.
다시 속이 미싱거린다.
화장실에 다다른다. 화장실 가는 길이 어지럽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 의자 가장자리를 붙든다.
이젠 헛구역질이 계속된다.
119를 부를까요?
아니, 좀 더 토하면 낫겠지.
구토는 계속된다.
오전 6시가 넘었다.
아내가 희경(작은 딸)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놀란 딸이 사정을 듣고 친구인 의사의 조언을 들은 모양이다.
아침도 거르고 딸이 달려왔다.
딸은 이미 병원에 진료 예약을 마친 뒤였다.
세면도구, 침구 등을 챙겼다.
쌍촌동까지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여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이런 저런 검사 하느라 오전이 다 지나간다.
혈액 검사, 소변검사, 흉부 촬영, MRI, 담당 의사의 눈 정밀 검사...
병실로 옮긴다. 11시 30분.
병실에서도 헛구역지질이다. 옆 병상의 젊은이에게 미안했다.
다행이도 그 젊은이는 바로 퇴원했다.
2인 병실이 독방이 되었다. 다행이었다.
그 침상에서 이틀 동안 우리가 이용했다. 첫날 밤은 서울에서 급히 내려온 막내 인태가 지켜 주었다.
다음 날은 아내가 지켜 주었다.
병명은 전정신경염.
진단이 끝나자 링거를 맞았다.
급체를 했으니 당연히 내과 진료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신경외과다.
전정신경염의 정의와 원인 증상 지단 치료는 다음과 같다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전정시경염
사람의 귀 깊은 곳에는 몸의 자세를 느끼도록 하여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평형 기관이 있다. 이 평형 기관에는 전정과 반고리관이 있다. 이 구조물로부터 감각을 받아들이는 신경을 전정신경이라고 한다. 전정신경염은 어떤 원인에 의해 전정신경에 염증이 발생하여 심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고 균형잡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을 의미한다.
원인
전정신경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까지는 전정신경염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전정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서 염증이 발생한다는 이론도 있다.
증상
전정신경염이 있으면, 갑자기 주변이 계속 빙빙 돌아가거나 물체가 흔들리는 듯한 심한 어지러움이 발생한다. 이러한 어지러움은 몇 분 만에 멈추지 않으며, 수 시간~수일 정도 지속된다. 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어지러움이 심하므로 제대로 걷기 힘들다. 며칠 동안 누워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오한과 권태감 같은 가벼운 감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며칠이 지난 후 점차 호전되지만, 수 주에서 수개월간 덜 심한 정도의 어지럼이 지속되기도 한다.
진단
전정신경염을 진단할 때는 심한 어지러움이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어지러움의 원인은 뇌졸중이나 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일 수도 있고, 메니에르병이나 만성 중이염과 같은 다른 이비인후과 질환일 수도 있다. 심한 어지러움이 수분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발병 초기에는 눈의 움직임이 진단에 많이 이용된다. 말더듬, 안면 마비, 하지 마비 등과 같은 다른 신경 증상이 없는 전형적인 전정신경염은 자세한 진찰만으로도 뇌혈관 질환과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감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에 종종 뇌 MRI를 시행하기도 한다. 회복기에도 어지러움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평형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 여러 추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
전정신경염에 대한 치료는 발병 초기 며칠 간의 급성기와 이후 서서히 호전되는 회복기에 따라 다르다. 급성기에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가 심하므로 이러한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진정제 등의 약물을 적극적으로 투여한다. 급성기가 지나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면, 가급적 진정제를 사용하지 않고 활동하도록 권유한다.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몸의 평형 기능의 적응과 회복을 촉진하고 어지러움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진정제를 투여하면 어지러움이 더 오래 이어질 수도 있다. 회복기는 환자의 나이와 상태에 따라 최대 수주가 필요하기도 하다. 적절한 치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이상 어지러움이 지속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런 경우에는 꾸준한 전정 재활 치료가 회복에 도움을 준다.
이같은 참고 자료와 내 증상이 일치했다.
의사의 안구 검사, MRI검사 등으로 전정신졍염이 판명된 것이다.
6일부터 10일까지 집중 치료와 안구 운동이 계속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차도가 있었다.
병상일지
12웜 5일
저녁식사 후 어지럼증 발생
밤중 내내 구토
12.6 금
7시 희경 도착
8시 한국병원
11시30 검사완료
채혈 영상 MRI
링거 주입
점심 식욕 감퇴.
4시 홍서방 희숙 도착, 희숙, 원태 하광을 미리 말림(희숙-원태의 대상포진 치료 중 이동 하지 말라는 것)
5시 30분 저녁 식사
19시 인태 도착, 윤경 내전
21시 아내, 희경 귀가, 인태 당번
7일 토
전정신경염 진단
눈, 목, 서기 연습
눈 움직임 검사
담당 의사 눈 운동 체크
아내 우리신경과 진료 후 도착
링거 2개 주입
희숙 내외 인태 점심 제공 후 광주역(인태 상경)
원태, 양원 전화
손자들(정욱, 정균, 효림, 한림, 성훈...) 내전
12월 중 모든 모임 연기 통보
윤석열 탄핵 국회-국민힘 불참. 많은 국민 분노
8일 일
수액 2회 주입
아내 귀가 후 준비물 지참
원태 통화
희숙 통화
희경 내외 방문
걷기 호전. 복도 왕복운동
재활 연습
9일 월
담당의사 진단 50%
수액 2회 주입
아내 신협적금 인출
아내, 저녁 귀가(2인실이라 다른 환자가 보호)
10일 화
4인회.4인방 불참 양해 구함
수액 2회 주입
전문의사 점검. 회복 좋은 편
이숙자 내외 방문
희경, 인태, 희숙 내전
내일 퇴원 결정
이명희 이질녀 장남 혼인 통보
농막 취득세 납무 통지
이승정 김충곤 김기수 모임 12일 시행 통보
11일 수
수액 주입
13시 퇴원 통보
14시 희경 도착, 병원비 대납(4남매)
15시 귀가, 희경 귀가
경희 자부 내전
가족 카톡에 퇴원 통보
희숙 퇴근 후 도착
홍서방, 복내중에서 내전
퇴원 수속을 하러 원무과에 갔다.
병실에 결재 카드를 두고 안 가져왔다.
아내가 허겁지겁 올라가 카드를 챙겼다.
원무과 직원이 이미 따님이 결재했다고 알려준다.
비급여 포함 약 170 만원인데 애들이 결재를 미리했다는 것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13년 전 충수염 수술 후 병원비도 애들이 감당했는데...
혹 보험회사에서 약간의 보험금이 지급되면 그거라도 돌려줘야지...
‘인생칠십고래희라’는데 나는 10년 이상 장수했다.
이제 하나 둘 병고가 나타날 것이다.
이게 순리다.
너절한 것들도 치우고 마음을 비우는 나이다.
오래 편하지 않은 몸을 지탱하는 것보다는 건강할 때 순간의 최후를 맞는 게 행복이다.
운명의 기울기도 저울과 같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다.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