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에 효율성을 더해 매력을 높였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 이테크 하이브리드
송지산 기자입력 2022. 11. 9. 16:00
경제 용어 중에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라는 말이 있다. 블루오션은 아무런 충돌과 다툼이 없어 깨끗한 바다, 즉 새로 개척해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고, 레드오션은 이와 정반대로 치열하게 다투느라 피바다가 된,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을 의미한다. 자동차 시장에서야 대부분이 레드오션이어서 어떤 브랜드든 신제품을 준비하는 과정서부터 치열한 접전을 각오해야 하는데, 이런 와중에도 블루오션을 기막히게 잘 찾아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르노코리아자동차가 그 주인공.
가장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모든 SUV가 디젤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에서 뚝심 있게 LPG를 밀어붙인 덕분에 최근의 고유가 추세 속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QM6가 있다. 가솔린 못지않은 넉넉한 성능과 우수한 정숙성, 넓은 적재공간 등으로 LPG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뜨리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델이다. 뒤이어 나온 것이 XM3로, 국산차 시장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쿠페형 SUV’라는 과감한 시도가 이뤄졌고, 2박스형 SUV 디자인에 싫증을 내고 있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은 물론,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해외 각국으로 수출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호실적에 큰 공을 세운 모델이다. 이 XM3가 이번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해 더욱 강력해졌다.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XM3가 태어난 도시, 부산을 찾았다.
XM3 이테크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기본 베이스는 XM3인 만큼 외관에서는 달라진 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강렬한 오렌지색 컬러다. 하이브리드 전용 색상인 일렉트릭 오렌지 컬러로, 유광의 오렌지빛이 꽤나 세련된 느낌이다. 여기에 얼굴에도 변화가 가해졌는데, 이번 XM3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포뮬러 1에서 유래한 만큼 프런트 범퍼를 포뮬러카의 형상과 닮은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가 추가되어 스포티함을 더했다. 여기에 측면 윈도우 주변의 건메탈 사이드 가니쉬와 유광 검정 컬러를 입힌 B 필러, 18인치 블랙 알로이 휠로 변경됐고, 후면에선 건메탈 그레이 스키드와 듀얼 테일파이프로 전면과의 디자인 통일성을 높였다.
실내도 언뜻 봐서는 큰 변경사항이 없어보이지만,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금방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변속기로, 인스파이어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는 E-시프터가 추가됐다. 이전의 투박한 기계식 변속기가 아닌, 전자식 변속기가 적용된 덕분에 디자인적으로도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인데, 전자식에 대한 신뢰도가 있다면 이쪽을, 아직은 불안하다면 기존의 기계식을 선택하면 된다.
이 외에도 또 하나의 변경점은 건반 타입 스위치에 있는데, 바로 전기(EV) 모드 스위치다.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이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 허용범위까지는 오로지 저장된 전력을 사용해 구동이 이루어진다. 심야에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하는 상황 등 중저속으로 조용히 이동할 필요가 있는 경우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다른 구성들은 기존 XM3와 동일하다. 세로형 9.3인치 디스플레이, 10.25인치 TFT 클러스터 등 다양한 편의장비들이 두루 갖춰져 있으며, 센터 스크린에선 기존에 선보였던 인카페이먼트나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차를 살펴봤으니 이제 직접 달려볼 차례다. XM3 이테크 하이브리드의 다양한 실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부산에서 울산까지 약 60km의 코스가 마련됐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기만 하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 중심으로 구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시종일관 정숙하다. 주차장 출구가 오르막이어서 여기서는 시동이 걸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엔진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로에 합류해서 50km/h를 넘겼는데도 여전히 엔진은 묵묵. 70km/h에 가까워져서야 드디어 엔진이 움직인다는 표시가 계기판에 나타난다. 보통 50km/h 정도에서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하는데, XM3는 그보다 훨씬 더 여유 있어 ‘도심구간 최대 75%까지 EV모드 주행이 가능하다’고 소개한 것처럼 시내에선 엔진이 작동할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며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자 그제야 엔진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고속에서도 전기모터로 구동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전기차와 다를바 없고, 사실 전기모터는 고속에서의 효율성이 엔진에 비해 낮기 때문에 중저속에선 전기모터로, 고속에서는 엔진으로 구동하는 식으로 배분해놓은 것이다. 엔진은 1.6 자연흡기 엔진으로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같아보이지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적용되는 내연기관은 성능이 아닌 효율성 중심의 세팅이 적용되기 때문에 엔진만으론 시원한 가속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전기모터가 힘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빠르게 속도를 올려붙여 금세 규정 속도를 넘겨버린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점은 변속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적용된 ‘멀티모드 기어박스’ 덕분인데, 포뮬러 1에서 사용된 기술을 적용해 클러치를 없애고 엔진과 2개의 모터, 구동축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덕분에 가속하는 동안 계기판을 보고 있지 않으면 언제 변속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변속이 이루어진다.
가속하는 동안 힘을 보태던 전기모터는 정속 주행을 시작하자 바로 배터리 충전에 나선다. 브레이크를 밟거나 타력 주행을 할 때도 알아서 소모된 전력을 보충하기 때문에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은 장점이다.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더 긴 거리를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추가되는 배터리만큼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작정 낫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시승 내내 20km/L 전후의 연비를 보여주는 실력은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충전으로 인한 고민이 필요 없고, 같은 거리를 가는데 드는 비용이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점, 시내와 고속도로 모두에서 우수한 연비를 보여주는 점 등은 경제적인 이동수단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차선 이탈 방지/유지 보조(LKA) 등의 주행보조 기능은 과거 다른 르노코리아 제품들처럼 매끄럽게 잘 동작한다. 아쉬운 점은 차선 유지보조 기능은 ACC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활성화되면 안전을 위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브랜드마다 안전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이런 데서 느낀다.
전동화 시대에 하이브리드는 너무 늦은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동화 과정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에 인프라 구축이 따라가지 못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뉴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인도에 걸리는 오랜 시간까지 생각하면 아직은 하이브리드가 가장 최선이 아닐까. 스타일에 효율성을 높인 이번 XM3 이테크 하이브리드가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경쟁 모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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