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소묘
윤일환
물만 받아 마시는 건 아니더라
컵으로 살면서
믹스커피 한 잔의 여유도 누리게 하더라
때론 우리 손자 전화기도 되더라
가느다란 실을 따라 웃음도 따라 가더라
세상의 빛을 담아
말 없는 아우성을 치기도 하더라
자신을 비워내고
비로소
세상을 가득 채우는
너에게서
낡아가는 나의 삶을 배운다
벅찬 사랑이다
윤일환 시인의 시, 「종이컵 소묘」를 읽습니다.
먼저 소묘素描의 뜻을 생각해 봅니다. 소묘의 의미는 사물의 형상을 단색으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밑그림이 되겠지요.
‘종이컵’은 일회용입니다. 생활 도구이긴 해도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이 종이컵이지요. 그래서 ‘종이컵’을 눈여겨보지 않게 되지요. 하찮은 물건이지요. 시인은 이런 ‘종이컵’을 다르게 보았습니다. “물만 받아 마시는 건 아니더라”면서 “컵으로 살면서/믹스커피 한 잔의 여유도 누리게 하”는 것이 ‘종이컵’이라고 노래했습니다. 그 별것 아닌 종이컵이 우리에게 ‘여유도 누리게“하는 존재임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때론 우리 손자 전화기도 되”어 “가느다란 실을 따라 웃음도 따라 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뿐입니까. 일회용 컵으로 취급받는 ‘종이컵’이 “자신을 비워내고/비로소/세상을 가득 채우는” 삶의 양식을 깨우치게 해 줍니다. 참으로 귀한 존재임을 깨치게 됩니다. 즉 자기희생을 통해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삶을 실천하는 존재가 바로 ‘종이컵’임을 알았습니다. 시인은 그 ‘종이컵’에서 “벅찬 사랑”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일회용이라 함부로 쓰고 너무 쉽게 버리고 있는 인간의 오만함을 깨치고자 한 것은 아닐까요.
첫댓글 소소한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
소소해서 작은것이 아니라
작아서 소소해지는 것
가벼운 듯 편하게 다가서는 생
관심이 좋은 작품을ᆢ
감사합니다
교수님
고운 글과 해설 고맙습니다.